인정해주라

by 배지영




“우리 문학에 좋은 에세이가 없어서일 수도 있겠으나 에세이에 대한 인정이 박해서, 말하자면 에세이를 문학으로 인정하지 않는 의식 때문에 우리 문학에서 에세이가 약해진 거라고 생각할 수도 있을 거예요. 유럽에서 에세이가 당당히 문학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걸 보면 대조적이지요.”

이승우 소설가가 하신 말씀인데, <스무 해의 폴짝>에서 읽었다.

내가 쓴 책 중에서 독자들의 사랑을 가장 많이 받은 <소년의 레시피>, 에세이다. 작년에 6쇄와 7쇄를 찍었다. 내 책들을 도서관 책처럼 분류하면 사회비평, 인문일반, 역사와 문화교양서, 에세이, 그리고 동화다.

시와 소설을 쓰지 않았다고, 등단을 하지 않았다고, 에세이를 쓴다고, 동화를 쓴다고 같은 이유들 대면서 “너를 인정하지 않겠어”라고 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처음에는 갑자기 한 대 쥐어박힌 것처럼 얼굴이 빨개졌지만, 나중에는 내가 먼저 ‘근본 없이 쓰는 작가’라고 파워도 없는 ‘선빵’을 날렸다.

본론은 여기서부터. 오늘은 원고량을 채우지 못해서 저녁밥 먹고 다시 일해야 했다. 노트북을 켜기 싫어서 이것저것 뒤적이다가, 몇 번이나 눈이 쌓였다 녹은 이제야 계간 <창비어린이> 2020 겨울호를 폈다.

오마이갓!
특집 2020 현장에서 뽑은 ‘올해의 책’에 <내 꿈은 조퇴>가 있었다. 강썬님이 진심으로 좋아하는, 유튜브도 봐야 하고, 큐브도 맞춰야 하고, 포켓몬도 잡으러 다녀야 하는 바쁜 방학생활 중에서도 읽는 이승민 작가님의 <내가 널 좋아하나 봐>랑 나란히 있었다. 나는 거의 순간이동을 한 것처럼 거실로 나갔다.

“강썬아! 강썬아! 대박 사건이야.”
“뭐?”
“지금 창비에서 봤는데, <내 꿈은 조퇴>가 이승민 작가님 책이랑 같이 올해의 책에 뽑혔대.”
“이승민 작가님 책은 풀빛인데?”
“아니, 그러니까 모든 출판사 책 중에서 뽑은 거라니까.”

강썬님은 아직 <내 꿈은 조퇴>를 읽지 않았다. 읽어준다는 것도 몇 번이나 거절했다. 앞으로도 읽을 계획은 없다고 분명히 밝혔다.


하지만, 강썬아! 엄마도 재미있게 쓴다고 인정해주라. 응? 아직 한 번뿐이지만, 네가 좋아하는 작가님이랑 동급이었어.

#내꿈은조퇴
#창비
#중쇄찍었어요
# 2020현장에서뽑은‘올해의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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