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서를 썼으니까, 장르가 다른 작품을 동시에 쓸 수 있다고 생각했다. 뜻대로 되냐고요. 일을 많이 한 것도 아닌데, 하루 일과 끝나면 잡담할 힘도 없었다. 그냥 8월 1일부터 잘하면 된다고 나를 달래주었다. 시간이 선을 딱 그어주는 덕분에 새로운 마음을 가질 수 있어서 좋았다. 그러니까 7월의 마지막 날은 놀았다.
강제규님은 데이트 하러 나가고, 강동지랑 강썬님이랑 셋이 여기저기 들렀다가 볼링장에 갔다. 하루에 30게임씩 볼링을 쳤던 강썬님은 작년 봄부터 볼링장에 안 갔다. 그때는 코로나 때문인 줄 알았는데, 마음이 식은 거였다. 다시 뜨거워질 리 없어서 보관료 내며 맡겨놓았던 볼링공을 찾아왔다. 앗! 갑자기 생각났다. 나도 13년 전 골프채 찾으러 가야 하는데.ㅋㅋㅋㅋㅋ
몇 개월치 레슨비를 결제했다며 강사장님(마이 시스터 인 로우)이 나보고 골프연습장에 다니라고 했다. 7번 아이언과 드라이버 연습만 한 지 두 달째. 강썬님을 임신했다. 산부인과 선생님이 임신 초기에 골프 치면 아기 심장에 무리를 줄 수 있다고 해서 연습장을 잠깐 쉬기로 했다.
입덧하고, 조산으로 원광대병원에 입원하고, 강썬님 낳고 나서는 모유수유했다. 골프는 딱 잊고 지냈는데 강사장님이 새 골프채를 사서 보내줬다. 8개월부터 걷기 시작한 아기 강썬은 하루에 서너 번씩 골프채를 꺼내 달라고 했다. 나보고 자꾸만 뭘 하라고 시켰다. 나는 풀스윙을 아주 느리게 했고, 강썬은 세상에서 가장 웃긴 장면을 보는 것처럼 까르르르 웃었다.
힘이 세진 강썬님은 골프가방을 넘어뜨려서 질질 끌고 다녔다. 아기 다치면 어쩔 텐가. 골프채가 너무 거슬려서 서울누나(마이 시스트 인 로우)가 골프 시작했대서 보내버렸다. 그리고 골프는 잊어버렸다. 이경 작가님의 <힘빼고 스윙스윙 랄랄라> 읽으면서 나도 연습장 다니긴 다녔지, 라고 생각했지만 두고 온 골프채 생각을 못 했다.
“잠깐! 여보, 옛날에 나 골프채 연습장에 두고 왔는데. 보관료 엄청 내야 하겠지?”
“걱정 마. 버렸을 거야.”
홀가분한 마음으로 집에 와서 골프채를 갖고 놀던 강썬님 사진을 찾아봤다. 내 사진도 딸려 나왔다. 늦둥이 육아하느라 폭삭 늙었다고 생각했는데 지금와서 보니 너무나도 젊다. ‘미모의 30대 여성’이었다. ㅋ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