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오후, 서울시민 K가 갑자기 서점에 왔다. 우리는 이른 저녁을 먹으러 보리굴비 파는 일식집에 갔다. 둘이 만나면 말이 정말 없는 편. 밥 먹을 때는 더욱 진중한 스타일. 30분 정도 지난 줄 알았는데 시간은 오후 6시 37분. 7시에 김혼비 작가 강연회 진행해야 해서 후식도 안 먹고 부리나케 일어섰다.
저녁에는 한길문고 앞에 주차할 데가 거의 없다. 빙빙 돌다가 우리 집까지 간 적도 있다. 알고보니 서울시민 K는 주차의 요정. 그가 내 차 보조석에 앉아있을 뿐인데 차들이 알아서 비켜줘가지고 딱 한 자리가 남아있었다. 주차하고 바로 서점으로 올라갔다.
김혼비 작가님(다정하고 섬세하고 멋있고 아름다움. 강연회 들으러 온 군산 작가들의 책을 다 사주셨음)을 극찬하면서 맥주 딱 한 잔만 마시려고 했는데 시간은 이미 밤 9시. 그래서 은파를 조금 걷고 K가 예약한 원도심의 숙소에 내려줬다.
토요일 오전 9시에 은파의 브런치 카페에서 다시 K를 만났다. 우리 둘은 사춘기 남자애들처럼 서로의 말꼬리를 잡고 놀리는 버릇이 있어서 꼭 불화를 겪는다. ㅋㅋㅋㅋㅋ
K가 발견한 내 심각한 증세는 ‘공*병’. 택시에서 내릴 때 문 안 닫는 거 보고 딱 알아봤댄다. 그 병을 나도 몰랐다. 군산에서 택시 탈 일이 있나. 서울에 가야 나타나는 병이니까 고칠 거라고 우기면 되는데. K는 그밖에도 치명적인 내 단점을 지적했다.
우리가 앉아있는 카페에서는 은파 호수공원 너머의 야산이 보였다. 거기에 K를 묻어버리고 싶었다. 그런데 K의 기럭지가 너무 길어서 언제 땅을 파나. 포클레인 자격증 딸 때까지는 친하게 지낼 수밖에 없다. 더구나 K는 깜짝 놀라게 현명한 사람. 나보고 소금빵을 나눠먹자고 했다가 한 개씩 먹자고 했다. 덕분에 난생처음 소금빵을 통째로 먹었다. 맛있는 거에 약해진 나는 포클레인 자격증 따도 K를 묻지 않겠다고 약속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