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지 마세요.

by 배지영


H는 ‘오다 주운 물건’을 한길문고 카운터에 맡겨놨다면서 나보고 찾아가라고 했다. 미치지 않았는데, 나는 서점에서 웃다가 울다가 웃다가 울었다. 하이브 신사옥 방탄 박물관에 다녀온 H가 주워온 물건은 매우 다양한 방탄 사진이었다. 그날 강연회 진행을 2회나 해야 해서 속으로 애 많이 탔다. 빨리 집에 가서 이걸 펼쳐놓고 봐야 하는데.


그 밤에 얼마나 깨방정을 떨었는지 모른다. 그리고 얼마나 머릿속으로 계산기를 눌렀는지 모른다. 지현도 방탄 좋아하고, 제부는 더 좋아하고, 계주님도 여름에 입덕했는데. 이 많은 방탄 사진을 나 혼자서만 보면서 좋아죽어야 하나. 나는 끝내 하나도 나눠 주지 못 했다.


오늘 서점에 갔더니 내 자리에 뭐가 있었다. M이 놓고 간 고급진 차와 S가 갖다 놓은 방탄 굿즈. 혼자니까 책상에 머리를 박고 엉엉 울었다. 방탄 액자시계와 방탄 브로마이드와 방탄 앨범과 방탄 담요. 한참 뒤에 정신을 차리고는 S에게 카톡으로 따졌다. 답 같은 건 듣지도 않았다.


“통화 가능?”

“나 죽기를 바래ㅋ?”

“이거 어디서 났어?”

“하이브 갔다가 왔어?”

“나 울었어.ㅠㅠ”

“엉엉. 통곡.ㅠ”


S는 중년의 공직자. 당근 마켓에서 방탄 굿즈 구하는 과정이 너무나 웃기고 귀여웠다. 앨범은 수송동 분식집 앞에서, 시계는 소바집 앞에서, 담요는 진포초등학교 앞에서 샀다고 했다. 팔러 나온 이들은 학생이거나 20대. 눈으로만 보고 손으로 거의 만지지 않은 듯한 굿즈들은 다 새 거였다. 그걸 팔아야 하는 이들을 생각하면 마음이 찢어지지만, 제가 잘 간직할게요. S에게 팔아주셔서 고맙습니다.


#방탄굿즈

#이제고만

#저도옷장속에많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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