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혼비 월드

by 배지영


침대에 누워서 결계를 쳤다. “나 오늘 너무 힘들었어.” 그러고는 김혼비 작가님의 신간 <다정소감>을 읽었다. 러시아 격투기 삼보를 한 달 하고도 닷새째 수련 중인 강썬님이 너무나도 간단하게 결계를 뚫고 들어왔다.


“엄마, 빨리 ‘소복이’ 읽어줘.”

“오늘 진짜 힘들었다니깐!”

“나는 뭐 안 힘들었는 줄 알어?”

“알겠어. 거의 다 읽었으니까 10분만 기다려.”

“나 아직 어린이야. 일찍 자야 하니까 지금 읽어!”


그리하여 내가 몹시 좋아했던 주성치 나오는 부분 - <다정소감> 164P - 에 샤프연필을 끼워놓고 소복이 작가님의 <만화 그리는 법>을 읽었다. 헐! 여섯 번째 챕터 읽다가 엄청난 현타가 왔다. 해골물을 마신 원효대사만이 내 심정을 알 것이다(최민석 작가님 <베를린 일기> 오마주).ㅋㅋㅋㅋㅋㅋ


무독서가면서 책에 대한 취향이 까다로운 강썬님. 한 번 읽어드린 책은 안 된다. 선호하는 작가님이 있지만 또 전작주의자는 아니다. “이거 재미없어, 다른 거 읽어.” 새로 책 시작할 때마다 퇴짜를 많이 놓는다.


<차대기를 찾습니다> 다음에 책을 고르지 못해서 내 거로 주문한 <만화 그리는 법>을 아무 생각없이 읽어줬더니 잘 듣는다. 사흘인가 나흘째 읽는데 재밌다고 했다. 그러면 김혼비 작가님 책을 읽어드려도 되는 거 아닌가? 드라마 D.P도 두 번이나 같이 보고, 오징어 게임 드라마 리뷰도 같이 보는 사이니까. 집안에 김혼비 작가님 좋아하는 사람이 적어도 두 명은 되어야지 침대에 누워서 이야기할 맛이 나지 않을까.


아침에 일찍 일어나서 <다정소감>을 마저 읽었다. ‘전희도 후희도 없이 삽입만 있는 섹스 같은 느낌이랄까.’라는 문장은 아직 강썬님한테 못 읽어드릴 것 같았다. 데뷔작인 <우아하고 호쾌한 여자축구>부터 읽어드려야 할까. 앗! 거기에도 팬티 벗기는 이야기 나오는데.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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