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 이상한 일

by 배지영

<달과 6펜스>를 쓴 서머싯 몸이 말했다고 한다. “글을 잘 쓰는 방법에는 세 가지가 있다. 안타깝게도 그 세 가지를 아는 이는 아무도 없다.”


글쓰기 수업을 하는 건 확실히 좀 이상하다. 가르치는 선생도 딱 떨어지는 정답을 말해줄 수 없다. 혼자서도 얼마든지 할 수 있는 거다. 실제로 나는 아무 데도 속하지 않고 그냥 혼자서 썼다. 악플 달리면 상처받고, 그거 다 잊으면 또 쓰고. 그냥 재밌었다.


지난 3월에 사계절 출판사 최일주 팀장님과 이혜정 차장님이 한길문고에 오셨다. 오후 2시에 만나서 몇 시간 동안 네 가지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그중에서 가장 피하고 싶은 걸 꼽으라고 하면 글쓰기 에세이였다.


한길문고 상주작가로 일하면서 가장 많은 시간을 쏟는 게 글쓰기 수업이다. 그런데 <환상의 동네서점>에는 글쓰기 수업에 대한 이야기는 안 나온다. 왜? 글쓰기는 간단한 스킬을 익히고 나면 누구나 쓸 수 있는 거니까요. 스킬 따위 몰라도 쓸 수 있고요.


김진영 철학자는 설계도에 맞추어서 수집한 자재로 집을 짓듯 쓰는 ‘건축적 글쓰기’와 따로 떨어져 있는 별들 사이에 금을 그어 형태를 만드는 것 같은 ‘별자리적 글쓰기’를 말했다.


오래전에 나는 찰랑찰랑 차오르는 게 많아서 ‘샘물적 글쓰기’(내가 붙였음)를 했다. 지금은 ‘어떻게든 되겠지 글쓰기’를 추구한다. 노트북부터 켠다. 당연히 잘 안 써지고, 방탄 노래 들으면 뭐라도 영감을 받을 것 같아서 인터넷을 켰을 뿐인데 어느새 땅거미가 내려앉아 있다.


확실한 건 글쓰기는 누가 대신 해 줄 수 없는 육체 활동이다. 글쓰기 수업에 오는 사람들은 첫 번째 숙제를 하면서 바로 눈치챈다. 그것 때문에 그만두는 사람이 있고, 온전히 혼자서 할 수 있다는 것에 끌려서 신나 하는 사람이 있다. 자기 자신, 식구들, 추억, 영화, 책, 음식 등등을 글로 쓰며 재미를 느끼는 사람도 많다.


독서와 쓰기는 같은 궤도에 있는 것처럼 보인다. 글을 써보면 둘은 별개라는 걸 안다. 나는 글쓰기의 기초 몇 가지만 가르쳐 준 다음에 칭찬을 많이 하면서 수업을 끌어갔다. 나한테 칭찬 못 들었다고 불평하는 사람은 글을 잘 쓴 사람이다.



오늘 사계절 출판사에 글쓰기 에세이 원고를 보냈다. 답을 들으려면 기다려야 하지만 후련하고 좋다.


#사계절출판사

#글쓰기에세이

#이런글은나도쓰겠네_생각들면_당신도글을쓸수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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