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거라니. 생명체라면 언젠가는 방탄을 좋아하게 된다고 하자 강썬님은 자기가 무생물로 보이느냐고 역공했다. 자기를 무시하냐고 따졌다. 몇 번 당해봤으니까 나는 성숙한 자세로 강썬님을 쌩깠다.
충남 서천 한산중학교는 집에서 자동차로 40분 거리. 지희경 선생님이 어제 전화로 ‘한산중’이라고 강조하시지 않았다면 서천중학교로 갈 뻔했다. 왜 머릿속에 중학교 이름을 잘못 입력했을까. 깊이 들어가보면 원인은 하나. 내가 쫌(어쩌면 많이) 모자란다.
전교생 마흔 명 안 되는 한산중학교. 어릴 때 우리 자매들이 다닌 전남 영광의 중학교도 이렇게 학생수 작은 학교가 되어있다(검색해봄). 그래서 더 마음이 쏠린다. 방탄 비공굿 많이 챙기길 잘했다고 나를 칭찬해줬다.
학생들은 모두 <소년의 레시피>를 한 권씩 갖고 있었다. 완독 못한 친구들도 있다는 걸 안다. 강연을 재밌게 잘하면 집에 가서 읽을 거라는 것도 알고 있다.
<소년의 레시피>는 강연 콘텐츠로 안성맞춤이다. ‘고등학생 강제규’의 음식 발전사를 사진으로 보여주고, <지식채널E – 소년의 레시피> 영상을 같이 본다. 학생들은 어쩐지 가짜일 것 같은 사람이, 평범하고 공부 못 하지만 조금 멋있어 보이는 사람이, 현실에 진짜로 존재해서 다행이라고 여긴다.
중간중간에 나는 말도 안 되는 문제를 내고 선물을 준다. 특히 방탄 굿즈는 한산중학교 학생들이 무척 좋아했다(강썬아, 봤냐?). 내 맘대로 ‘베스트 질문상’도 정한다. 책을 꼼꼼하게 읽어서 나온 질문도 좋지만 신박한 질문을 한 학생도 칭찬한다. 예를 들면 이런 거.
“생일이 언제입니까?”
“주인공 이름이 뭐예요?”
학생들과 지리산 종주도 하고, 스키장에도 가고, 교정에서 다 같이 삼겹살도 구워먹고, 텃밭 농사 지어서 이웃들과 나누는 지희경 선생님이 강연 준비를 잘해 주셨다. 학생들도 다정하게 맞아주었다. 옛날 우리 시골 이웃처럼 밥 먹고 가라고 붙잡았다. 그래서 학생들과 선생님들 틈에 끼어서 급식을 먹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