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도시에서 온 듯한 S는 내비게이션의 안내를 곧이곧대로 따르지 않았다. 차에서 내렸을 때는 목적지까지 7분쯤 걸어가야 했다. S 덕분에 얼어붙은 항구와 너무나 살쪄서 날 수 있을까 의심스러운 갈매기 떼를 만났다. 뉴욕에서 온 듯한 N은 지나치게 춥고 쨍한 겨울과 딱 맞는 ‘마들 포즈’를 취해 주었다. 남내리 출신이 확실한 M은 일요일에도 출근했다가 약속 장소로 바로 왔다.
옛 수협창고였던 군산비어포트. 채만식 소설 <탁류>에 나오는 째보선창에 있다. 고기를 가득 실은 어선들은 째보선창으로 몰려들었다. 지금은 아니다. 작년에도, 재작년에도 방치되어 있던 곳을 되살려놓은 곳이 비어포트다. 군산의 특산품 찰보리로 만든 수제맥주를 팔고, 피자 종류도 많았다.
비어 포트 안에 들어가면 네 곳의 상점이 있다. 우리는 ‘G3 크래프트 비어’로 갔다. 수제맥주 만드는 곳을 구경하고 와서 맥주를 고르려니까 힘들었다. 다 마셔보고 싶은 욕심 때문에. 그래서 샘플로 주는 세 가지 버전의 맥주를 먼저 마셨다. 대도시에서 온 듯한 S는 먹태, 나는 피자, 그리고 뉴욕에서 온 듯한 N은 꼬막양념덮밥을 주문했다. 뭐 어차피 나눠먹을 거니까 메뉴는 다양할수록 좋았다.
만나자고만 하고 아무것도 계획하지 않았다. 짠 것처럼 다들 선물을 한두 가지씩 가져왔다. 수세미, 시집, 스케쥴러, 양말, 아티스트의 굿즈. 생활과 문학과 덕질을 배려하는 선물들이었다. 아, 구름이 참 예뻤는데 그건 M이 미리 하늘에 설치해놓은 거라고 나는 생각했다.ㅋㅋㅋ
별 거 하지도 않았다. 그냥 얘기 쫌 하고, 맥주 쫌 마시고 그랬는데 어두워졌다. 펄만 있던 포구에 물이 들어왔다. 집에 돌아갈 시간이었다. 재밌었다고, 다음에 또 만나자면서 비어포트에서 찍은 사진들이 카톡에 올라왔다.
낮에는 꽁꽁 언 포구 사진이 좋더니만 밤에는 물 들어온 사진이 좋았다. 다음에... 어쩌면 1월에.... 비어포트에 노트북 가지고 가서 일해봐야겠다. 맥주는 딱 한 잔만 마시고 물 들어올 때까지 글 쓰다가 퇴근하고 싶다. 만선은 바라지 않는다. 그냥 하루치의 원고만이라도 잘 쓰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