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아앙! 굉장해!!!

by 배지영

이 소년들은 아빠가 해주는 밥을 먹고 자란다. 이 소년들은 아빠가 퇴근해서 만들어주는 제육볶음을 좋아한다. 이 소년들은 아빠가 마트의 조리 도구 코너에서 웍이나 프라이팬을 오래 살피고 있어도 이해한다. 예쁜 접시를 쇼핑해서 자신의 요리를 담아내고 싶어 하는 이 소년들의 아빠는 허종한님이다.


허종한님은 결혼 19년 차. 그는 아내보다 퇴근 시간이 빠르다. 빈집에서 늘 아내와 세 아들이 오기를 기다렸다. 퇴근한 아내는 부랴부랴 밥을 하고, 학교와 학원에서 돌아온 아이들은 허종한님처럼 밥상이 차려지기만을 기다렸다.


허종한님은 강성옥씨 후배다. 같이 동창회를 하고, 계 모임을 하고, 술 먹으면 뜬금없이 보고 싶다고 전화하는 사이다. 코로나 전에는 우리 집에서 술 먹다가 생일을 맞은 적도 있다. 허종한님은 저녁마다 집에 들러 처자식 밥을 차리는 강성옥씨 때문에 우리 집 주차장에서 수십 번 넘게 기다렸다.


‘나도 밥해야겠다.’


어느새 스며든 생각은 허종한님의 일상을 부수어 버렸다. 지난해 봄, 허종한님은 퇴근하면서 혼자 마트에 들러 장을 봤다. 유튜브를 보고 처음으로 김치찌개를 끓였다. 요새 말로 하면 아내와 세 아들은 그 즉시 허종한님을 추앙했다. 그는 요리 채널을 보며 각종 찌개를 섭렵했고, 세 아들이 좋아하는 고기 요리를 더 잘하기 위해 노력했다. 요새 가장 자신 있는 요리는 닭곰탕, 보내온 사진에는 또 다른 자신감이 담겨 있었다.


“김치까지 담가봤어요~. 손맛 나라고 맨손으로 담가서 그런지 맛도 성공적이구용..ㅎ 제대로 찍은 사진이 없어서..ㅠ”

<남편의 레시피> 는 100여 매 정도 쓰면 마무리된다(너무 느리게 쓴다). 콩나물국, 홍어삼합, 상추 겉절이, 가지나물, 무나물, 두부김치전, 새우갈릭버터구이 같은 걸 쓰는 게 재밌긴 재밌다. 왜 이 이야기를 독자들이 읽어야 할까 고민은 됐다. 근데 오늘 허종한님이랑 얘기하면서 마음이 놓였다. <남편의 레시피>는 읽는 사람 마음을 조금씩 움직일 수 있겠다.


** 사진은 허종한님이 보내줬어요.


#남편의레시피

#밥하는아저씨들

#아빠밥을먹고크는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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