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

by 배지영

8월 26일 금요일, 다음과 같은 일이 벌어질 예정이었다.

1. 스물아홉 살부터 26년째 식구들의 밥상을 차리는 남자는 바쁘다.

2. 그의 아내는 오후에 글 쓰는 청년들을 만나러 군산 원도심에 간다.

3. 돌아올 때는 ‘전주우족설렁탕’을 지나친다.

4. 집에는 항상 배고픈 중1 아들이 기다린다.


평화로운 금요일 밤을 보내기 위해서 첫 번째로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요?

⟶ 안 알랴줌!



‘전주우족설렁탕’은 여행자들이 빼놓지 않고 들르는 동국사(일본식 사찰) 앞에 있다. 1976년에 문을 열었고 해마다 군산맛집과 모범업소로 재지정되는 식당이다.


‘전주우족설렁탕’에서 소머리와 사골을 48시간씩 우려내는 김경윤은 내 친구다. 인스타그램에 전주우족설렁탕 계정을 운영하는 박은미도 내 친구다. 김경윤과 박은미는 국문학과 커플이다. 두 사람은 아이 셋을 기르면서 부모님과 같이 새벽 6시에 식당 문을 연다. 재료가 일찍 소진되기도 하지만 대체로 밤 8시에 문을 닫는다.


오랜만에 갔다. 학교 졸업하고 거의 만나지 못하는데 스물 몇 살 때처럼 스스럼없는 게 신기하다. 50여 년간 맛을 고수하는 식당은 더 특별하게 다가온다. 나는 우족설렁탕과 국물이 자작한 수육을 포장했다. 소머리에서 나오는 양지는 많지 않으니까 수육은 미리 주문하는 게 좋다.


반드시 밥을 먹어야 하는 여행자라면, 이성당 조식 대신 ‘전주우족설렁탕’에 가보시라.

“그 집 아직도 영업해?” 안도하고 싶은 군산시민들도 가보시라.


참고로 햄버거와 치킨에는 관대하면서 한식에는 까다로운 강썬님이 우족설렁탕을 매우 잘 먹었다. 맛있는 거 앞에서 간혹 효심 폭발하는 소년이 수육은 아빠랑 같이 먹자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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