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마 얘기를 하자

by 배지영

토요일 오전에는 자매님, 계주님과 월명공원에 간다. 오래전 유행한 알록달록한 등산복 입은 분들을 보면 속으로 감탄한다. 유행에 끄덕하지 않는 자세, 멋지다고 생각한다.


자매님과 계주님은 5~6년 전에 산 운동복을 입는다. 내가 입은 거는 2022년 봄과 여름 신상. 심지어 어제는 10만 원짜리 ‘뽀글 파마’를 했다. 자매님이 나보고 사치스럽게 돈을 펑펑 썼으니까 영광굴비아가씨 대회라도 나가라 권했다.


실은 진지하게 영광군청에 근무하는 막내이모한테 포부를 밝힌 적 있다. 이모는 단호했다.


“안 되제. 배지영이는 나이가 너무 많애. 다시 태어나는 것이 빠르겄다이. ”


고등학교 때 우리 반 친구가 영광굴비아가씨 대회에서 왕관 쓰고 행진했다며 그 세계를 조금 아는 척 해도 소용없었다. 군수님이랑 가까웠던 또 다른 친구를 들먹여도 이모는 안 된다고만 했다. 꼭 벽에 대고 얘기하는 기분이었다.ㅋㅋㅋㅋㅋㅋ


국방의 의무를 마친 큰아들이 있고, 게임하느라 바빠도 의무교육을 저버리지 않고 충실하게 중학교 다니는 짝은아들을 키우는 어머니한테 자격 줘야 하는 거 아닌가. 파마까지 세게 말았는데 말이야, 어? 사자머리가 아니라서 그래?


도시로 가자. 군산벚꽃아가씨 대회를 노려볼까 싶다가도 근속 30주년에, 국방의 의무를 곧 마치는 큰아들에, 대학교 다니는 짝은아들에, 의료 상식에 대해서는 모르는 게 없는 계주님이 저 앞에 있다. 퇴근해서 밥 지어 먹고 남편이랑 사이좋게 ‘토스 미션’을 하루도 빠지지 않고 수행하는 분을 무슨 수로 따라잡을 수 있나.


계주님한테 왕관을 양보하고ㅋㅋㅋㅋ 편백숲에서 내려오다가 유레카! 오전 9시에, 동네 공원에서, 고등어무조림을 가운데 두고 텀블러에 담아온 막걸리를 마시는 여성 두 명은 너무나 기품있고 아름다웠다. 당나라 유학을 가지 않고도, 해골물을 마시지 않고도 나는 깨달음을 얻었다.


“엄마! 머리가 왜 그래? 완전 아줌마 같잖아!”


집에 왔더니 짝은아들이 기겁했다. 어제는 게임하느라 어머니의 바뀐 헤어 스타일을 보지 못한 건가. 강썬아, 어머니는 뽀글머리든 사자머리든 생머리든 얽매이지 않는단다. 며칠이나 갈지는 모르겠지만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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