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쓸모없는 걱정

by 배지영

어젯밤에 갑자기 강제규가 집에 왔다.


“어! 왜 왔어?”

“엄마 밥해주려고요.”

“강제규! 세상 쓸모없는 게 엄마 밥걱정이야.”


제규는 옷 갈아입고 바로 장 보러 갔다. 닭고기를 손질하고, 육수를 만들고, 야채를 다듬었다. 주방에 가서 이것저것 물어봐야 하는데 하필 <작은 아씨들> 할 시간. 드라마 끝나니까 잠이 쏟아질 게 뭐람.


일요일 아침에 나는 순환치료 받으러 간다. 다녀오면 아점 먹을 시간. 우리 집 남성 동지들은 ‘뽀글 파마’를 조금 싫어하는 편. 지하주차장에서 머리를 묶고 집으로 올라갔다. 아무도 내 머리에 관심을 쏟지 않았다.ㅋㅋㅋㅋ

오랜만에 넷이 둘러앉아서 닭 두 마리 칼국수, 굴 비빔국수, 가지오븐구이, 묵사발, 굴 미역국에 쌀밥 먹었다. 식사 마친 강썬은 유튜브 보러 소파로 가고, 어제 술 마신 강성옥씨도 따라 가고, 나랑 제규만 식탁에 남아 있었다.


“엄마, <남편의 레시피> 샀어요.”

“고마워. 읽었어?”

“(웃음) 아뇨.”

“엄마는 네가 가지 요리해준 거 보고 책 읽은 줄 알았는데...”

“그냥 한 거예요. 엄마 좋아하잖아.”


처음으로 제규한테 옛날에 가지밭에서 운 이야기를 해줬다. 갓 지은 밥 냄새 싫다고, 비 오기 전에 헛간 냄새를 견디지 못한 이야기까지만 했는데도 “엄마, 강썬이 누구 닮아서 까다로운지 알겠어요.”라고 했다. ㅋㅋㅋㅋㅋㅋ

#남편의레시피

#소년의레시피

#가지요리

#울지않고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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