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2월 26일 오후 2시쯤에 서울 강남 고속버스터미널에서 사계절출판사 최일주 팀장님의 전화를 처음 받았어요. 저는 그때 <다녀왔습니다, 한 달 살기>를 쓰고 있었어요. 부산에서 한 달 살기 했던 대학생 박혜린 님과 시공사 강경선 편집자님을 만나러 서울에 갔었지요.
그로부터 열흘 뒤에 군산 한길문고에서 최일주 팀장님과 이혜정 부장님을 만났습니다. 마음속에는 신기함이 가득했어요. 이분들은 어떻게 알고서 작은 도시에 살며 작은 이야기를 쓰는 나를 찾아오셨을까, 산으로 가는 얘기를 하지 않게 정신 차리자, 뭐 그런 내적 다짐을 하며 마주 앉았죠.
반나절 정도 함께 나눈 이야기를 최일주 팀장님은 일목요연하게 정리해서 메일로 보내주셨어요. 그런데 제가 한 번도 생각해 본 적 없는 글쓰기 에세이를 첫 번째로 써보라고 하셨어요. 메일을 다 읽은 저는 강썬님처럼 소파로 다이빙하면서 외쳤죠. 헐!
이혜정 부장님이 서점에서 하는 글쓰기 수업을 바탕으로 목차를 짜보라고 알려주셔서 틀을 잡았습니다. 총 5장으로 구성해서 썼는데, 편집팀에서는 마무리한 원고를 보고는 마지막 장은 빼라고 조언했죠(그만큼 증량해야 합니다).
네! 저는 ‘편집자는 무조건 옳다’ 주의자입니다. 다만, 편집자의 피드백을 들으면 버퍼링 걸린 것처럼 생각이 끔벅거리고 몸이 안 움직여요.ㅋㅋㅋㅋ
<남편의 레시피> 원고는 덜어낸 게 없었어요. 하지만 이혜정 부장님은 도대체 강성옥 씨는 왜 옛날 어머니들처럼 밥을 차리느냐고 근원적인 질문을 던졌죠. 그리고는 답도 알려주셨어요. 남자가 부엌에 들어가도 꼬추가 떨어지지 않는다는 걸 증명하고 사신 시아버지 강호병 씨 이야기와 야자 째고 고등학교 3년간 식구들 밥 지은 강제규 얘기를 한 편씩만 쓰라고요.
네! 편집자는 무조건 옳습니다. 진리입니다. 중요중요중요.
저는 2016년 11월에 첫 책 <우리, 독립청춘>을 펴내고 계속 책을 썼지요. 같은 출판사, 같은 편집자와 연달아 작업한 건 올해가 처음이었어요. 많이 배우면서 즐겁게 일했습니다. 책도 정말 예쁘고요.
책 한 권을 만들기 위해 수많은 이들의 피땀눈물(BTS 노래 들으세요)이 들어가요. 제 책이 세상에 나오자마자 엄청난 사랑을 받으면 좋겠지만, 그러지는 못했습니다. 하지만 내년이 있잖아요. 저는 더디지만 계속 쓰고 ‘피땀눈물’을 들으며 쓴 책 이야기도 눈치 없이 할 거예요.
문필업도 세상 하고많은 일 중의 하나. 운이 따릅니다. <중쇄를 찍자>에 나오는 출판사 사장님은 책을 잘 팔기 위해서 운을 모으거든요. 책 이외의 행운은 갖지 않아요. 저도 문필업 종사자니까 한길문고 앞에서 현금 3만 원을 주웠을 때도 절대 갖지 않았고, 앞차가 깜빡이도 안 켜고 멈춰서 강썬님의 스쿨버스를 눈앞에서 놓쳤을 때도 짜증 내지 않았습니다. 본능적으로 에이 *, 나오면 하늘에 대고 막 사과했어요.
사계절 출판사 최일주 팀장님은 “운이 따르지 않았다고 해서 존재 가치가 훼손되지 않는다.” 라고 했습니다. 포근하고 소중한 말이라서 여기에 저장합니다.
올 한해도 고마웠습니다. 전업작가 5년 차. 제 책을 읽어주시고, 온라인에 글 써주시고, 강연 초대해준 분들 덕분에 무사히 버텼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