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한 복수 뒤에 온 행운

by 배지영


“가령 너무 견딜 수 없는 사람을 만났다고 쳐요. 인간적인 모욕을 받았을 때 그걸 견딜 수 있게 해준 것도 언젠가는 당신 같은 사람을 한번 그려 보겠다 하는 복수심 같은 거죠.”- <박완서의 말> , 박완서, 마음산책


박완서 작가님 같은 대문호가 아닌 나는 당연하게도 복수에 실패했다. 하루에 원고지 한 장도 쓰지 못하고 눈물을 쏟던 그해 여름, 나라도 깔깔 웃고 싶어서 난생처음 동화를 써봤다. 재밌더라고요. 복수하겠다는 선명한 결심도 옅어졌다. 얼마간 노트북에서 잠자던 원고는 <내 꿈은 조퇴>(창비, 2020)라는 동화로 세상에 나왔다.


행운은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 2021년 3월에 주니어김영사 문자영 팀장님이 한길문고에 찾아오셨다. 문학상을 받은 것도 아니고, 딱 한 권 펴낸 나한테, 재미있는 동화를 또 쓸 수 있을 거라고 북돋우셨다. 어떤 이야기를 써도 좋다면서 계약서를 꺼내셨다. 취미가 사인인 나는 그 순간을 견디지 못하고 계약서에 이름을 썼다.


<나는 진정한 열 살>은 좋아하는 아티스트의 어릴 적 사진과 “나는 고양이 습성이 있어서 물이 무서워.”라는 강썬님의 한 마디에서 영감을 얻었다. <내 꿈은 조퇴>를 쓸 때처럼 주인공의 친구들은 알아서 나타나줬다. 담임선생님에 대한 상이 안 잡히길래 글쓰기 수업에서 만났던 젊고 아름답고 다정한 정아현 선생님을 떠올렸다.


여러 사람의 도움을 받아서 생존수영 현장에 가봤다. 생존수영을 가르치는 이혜민 박인혜 선생님, 생존수영 마친 후의 교실 사정을 얘기해 준 채희 선생님 덕분에 입체적인 이야기를 쓸 수 있었다. 무엇보다 주니어김영사 김사랑 과장님이 피드백을 꼼꼼하게 해주셨다. ‘편집자는 무조건 옳다’주의자인 나는 낑낑대면서 원고를 고치고 증량했다.


김정은 작가님의 그림이 입혀진 <나는 진정한 열 살> PDF 파일을 받던 날, 아직은 무릎 걱정할 나이가 아니라서 맨발로 팔짝팔짝 뛰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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