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 르클래식에는 남자애들 네 명이 앉아 있었다. 앳되어 보여서 강제규와 친구들인 줄 몰랐다. 길에서 강썬님과 친구들을 한눈에 못 알아보는 것처럼 낯설었다.
강제규는 오늘 출판계약서에 사인했다. 책나물 출판사 김화영 편집장님이 이미 작업 중이셔서 책은 3월이나 4월에 나온다.
2021년 11월 1일에 국방의 의무를 마친 강제규는 한 달인가 제주도와 강원도 여행을 다녀와서 알바를 구했다. 코로나도 여전히 심했고, 복학해서 학교로 돌아갈 사람한테 두세 달만 일해보라고 자리를 내어줄 식당도 없었다. 그래서 내가 제안했다.
“강제규, 글 써.”
“내가 무슨 글을 써요?”
“119안전센터에서 밥한 거 써 봐. 대한민국에서 그런 이야기 쓸 사람은 너밖에 없어.”
강제규는 움직이지 않았다. 방법이 없는 건 아니었다. 출판계약서 쓰면 선인세 입금되는 것처럼, 나는 강제규 통장에 돈을 꽂아주었다.
‘돈을 받고서 왜 누워 있어?’
속으로만 구시렁거렸다. 어느 날 답답해서 가까이 가봤더니 누워서 스마트폰으로 유튜브 보는 게 아니라 글을 쓰고 있었다. 대학에 복학하기 전까지 강제규는 누워서 또는 엎드려서 <119안전센터 특식일지>를 썼고 나는 첫 번째로 읽었다.
수줍어하는 강제규가 용기를 내어 밥하겠다는 것부터 빠져들었다. 출동 나간 소방대원들을 기다리며 음식이 식지 않게 애쓰는 것도 보였다. 고독사인 줄 모르고 현장에 간 날, 젊은 반장님이 아이를 보호하려고 “강제규 나가!”라고 소리칠 때 같이 울었다(그날 강제규는 처음으로 시취를 맡았다). 즐겁고 기쁜 일 앞에서도 나는 울컥했다.
옛날에 우리 시골 어른들은 한 번도 그려보지 않은 일을 겪고 나서 말했다. “오래 살고 볼 일이다.” 합당한 말이 떠오르지 않으니까 아무 말이나 했다. “강제규는 스물다섯 살에 출판계약서를 쓰네. 엄마는 스물다섯 살에 결혼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