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자랑은 하지 않는다. 남의 험담을 하지 않는다.’는 하루키의 에세이 규칙을 글쓰기 수업에서는 반만 따라 했다. 소극적으로 고개를 끄덕이든 열 마디를 보태든, 끝에 가서 허무해지는 ‘남 디스’를 멀리하자고 했다(시집살이 심했을 경우 시어머니와 남편 험담 2회씩 허용). 살림하고 아이들 기르고 직장 다니면서 읽고 쓰는 자기 자랑은 멈추지 말라고 당부했다.” - <쓰는 사람이 되고 싶다면>, 사계절, 배지영
아이고. 긴 탄식이 나왔다. 20여 년간 독자들에게 사랑받는 이도우 작가님을 디스하게 될 줄이야. 그런데 한길문고에 북토크 하러 오신 이도우 작가님은 지나치게 숫자에 약했다. 백, 천, 만, 십만, 백만, 천만 단위가 아니라 한 자릿수에서 몇 번이나 막혔다. 입을 꾹 다물고 싶어도 하필 내 손에는 마이크가 있고요.
“이도우 작가님, 실망입니다. 대실망이에요.”
말해버렸다. 한길문고 강연 끝나면 나는 괜찮을 수 있을까. 도망쳐야 하는데, 나는 이도우 작가님과 마주 앉아 북토크를 보조하는 처지. 이도우 작가님은 큰사람이었고, 이도우 작가님을 좋아하는 독자들은 대인배였다. 누구도 나를 잡아먹지 않았다. 2시간 내내 웃다가 자지러지다가 미소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