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주 전 목요일에는 새벽 4시에 잠이 깼다. 도루코 면도날을 씹어먹는다는 ‘흑장미파’ 애들이 내가 잠든 틈에 강제로 입을 벌려서 칼날을 집어넣은 것 같았다. 침도 삼킬 수 없게 목구멍에 딱 걸려 있었다. 그럴 때는 무조건 뜨거운 차를 마셔야 한다. 생강차, 레몬차, 대추차를 차례로 끓여 마셨다. 효과가 나타나야 하는데 난데없이 콧물이 뚝뚝 떨어졌다.
그날은 당진시립중앙도서관에서 ‘1인 1책 쓰기’ 수업(총 16회)했다. 끝나고 나니까 밤 10시였다. 고속도로에 들어서자마자 자욱한 안개. 코는 나오고, 앞은 안 보이고. 홍성이나 대천으로 나가 아무 숙소나 들어가고 싶었지만, 고속도로에서 나가는 길이 안 보였다. 깜빡이를 켜고 기다시피 군산 도착. 아파트 밖에다 주차했다.
금요일 내내 앓았다. 토요일에도 그랬다. 일요일 아침에 순환 치료 받으러 가면서야 아무렇게나 세워둔 차 생각이 났다. 깊은 탄식. 거기에 주차했다가 주차위반 딱지 2번이나 뗐는데. 토요일은 단속 안 하니까 금요일 하루치 벌금이 얼마인 걸까. 떨면서 매일 우편함을 열어봤다. 아직까지도 안 왔다. 봐준 건가.ㅋㅋㅋㅋ
당진시립중앙도서관 김도희 사서 선생님은 한밤중 운전이 걱정된다며 대안을 제시했다. 선생님과 같은 아파트 단지에서 강아지 한 마리랑 사는 친정어머니 집에서 자고 가라고. 온 몸에 온기가 도는 제안이었다.
이제 시가에서도 영광 엄마 집에서도 자지 않는데, 한두 번은 군산의 특산품 선물로 사가지고 가서 자고 싶어졌다. 그러니까 강제규가 어릴 적에는, 우리 집에서 모르는 사람들(누구의 선배거나 후배거나 지인)이 갑작스럽게 자러 왔다. 아침에는 모르는 사람이랑 밥을 먹었다. 조선 시대 아니고, 2004년까지 그랬다. ㅋㅋㅋㅋㅋ
오늘 당진 시립중앙도서관 간다. 첨삭 수업이라서 며칠을 쏟아부어서 사람들의 글을 읽고 고민하고 무언가 나아갈 방향을 적는다. 이렇게 시간 많이 드는 일을 왜 할까. 나를 갈아 넣어야 굴러가는 일인데. 글 쓰는 사람들이 주는 희열이 있다. 열린 마음으로 배우면서 눈에 띄게 발전한다. 처음으로 자기 책을 펴낼 사람들 옆에 설 수 있다는 게 기쁨이다. 밤 운전은 힘들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