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 서울에 사는 한 젊은이는 일어나자마자 서둘렀다. 오전 11시쯤에 군산 한길문고에 도착했다. 젊은이의 목적은 한길문고에서 <나는 진정한 열 살>을 구입해 작가 친필사인 받는 것.
나는 작은 도시에 사는 중년의 아주머니. 젊은이에게 밥 먹었냐고부터 물었다. 사인받고 어디 갈 거냐고도 물었다. 빈 속인 젊은이는 한길문고 말고 갈 데를 정하지 않았다고 했다. 물기를 머금은 하늘은 무거워 보였다. 바람이 날카롭게 건드리면 물을 담은 풍선처럼 터질 것 같았다.
나는 머릿속으로 군산 투어 프로그램을 가동시켰다. 밥을 먹고 나서 젊은이와 함께 재게 움직였다. 하늘에서 비를 퍼붓기 전에 당도해야 할 곳은 월명공원 편백숲.
그 숲에 닿기도 전에 벚꽃잎이 눈발처럼 흩날렸다. 젊은이와 나는 멈춰서 감탄하다가 하늘의 심기를 살피고서 쉬지 않고 걸었다. 굳세 보이던 편백숲은 바람결이 시키는대로 움직이고 있었다. 먼 바다에서 밀려오는 파도소리가 편백숲에서 들렸다. 젊은이와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가만히 서 있었다.
일제 강점기 역사에 관심이 많은 젊은이와 어디로 가야 할까. 르클래식부터 들렀다.ㅋㅋㅋㅋㅋ 커피에 디저트 하나씩 해치우고는 이영춘 가옥, 발산 시마타니 금고, 임피역에 갔다. 대한민국 도슨트 <군산>을 쓴 사람답게 나는 몹시 훌륭한 가이드였(다고 자부한)다.
저녁밥 먹고 고속버스터미널 가는 길에 차 안에서 작별인사를 미리 했다. 주차할 데 없는 터미널 앞에서는 신속하게 헤어졌다.
가을에 다시 오겠다고 약속한 젊은이의 이름은 김사랑. <나는 진정한 열 살>을 작업해준 주니어김영사 편집자님이다. 자기가 만든 책을 사러 군산까지 온, 엉뚱한 매력의 소유자다.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