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추는 겨울잠을 잔다. 우리 식구가 며칠간 먹은 상추는 개구리나 곰처럼 겨울잠 자고 일어났다. 지난가을에 파종한 상추는 싹이 조금 올라온 채로 겨울나기를 했다. 비닐하우스를 안 쳤으니까 눈 속에 파묻혀서 찬바람을 맞았다. 바람 끝이 부드러워지고 볕이 따스해지는 봄에 쑥쑥 자라서 또록또록한 자기 색깔을 되찾았다.” - <남편의 레시피>, 237P, 사계절
시골 텃밭에서, 오로지 식구들 입에 들어가기 위해 자란 상추는 자기가 상품 작물이라고 착각한다. 아무리 뜯어내도 초기화되지 않고 쑥쑥 자라서 시장 상인들이 쓰는 푸른색 커다란 비닐 봉지에 담긴다. 남의 집 주방에 와서도 낯가리지 않고 자신의 존재 이유를 당당하게 내비친다.
“물러지기 전에 어서 잡솨.”
큰시누이가 텃밭에서 기르는 상추가 계속 오고 있다. 오늘 아침에 강성옥 씨는 상추쌈과 상추 겉절이를 차렸다. 출근하면서 나보고 점심에도 상추 먹으라고 했다. 모닝 육식까지 해서 낮에는 도저히 밥을 못 먹겠다. 커피와 케이크는 어쩐지 가능할 것 같지만.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