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구 좋아한다. 과육과 씨가 깔끔하게 분리되는 게 너무나 매력적이다. 올해는 딱 맘에 드는 걸 찾지 못하다가 ‘자두 살구’라는 걸 샀다. 촉감은 살구처럼 약간 가슬거리는데 과육과 과즙은 자두처럼 물컹거려서 한 개만 먹고 말았다(단단한 자두를 좋아함). 당진에서 하룻밤 자고 오면 아주 시들 것 같아서 세 개만 먹었는데.
회피형 인간이라 말싸움 몸싸움 싫어한다. 17 대 1로 싸우는 영화도 싫어한다. 그런데도 2년 전엔가 왼쪽 앞니가 살짝 깨졌다. 박종대 원장님이 미학적으로 거의 완벽하게 가려줬던 게 다시 떨어진 거다. 성에 차지도 않는 자두 살구를 먹으면서.
원래 자기가 가진 이를 최대한 고쳐 쓰는 게 좋다고 하는 박종대 원장님은 ‘자두 살구 안 먹은 앞니’로 만들어줬다. 으하하하 웃을 수 있게 된 나는 뭐부터 했을까. 비는 퍼붓고 갈 길 멀어도 유리잔에 담긴 아이스 카페라떼를 먹으러 갔다.
르클래식 주차장에서 치과 데스크 선생님한테 전화했다. 멍청이 같은 질문을 너무나도 진지하게 했다. 앞니 치료하고 바로 아이스 카페라떼 마셔도 되냐고.
“(웃음) 네, 괜찮아요.”
비는 대천 휴게소 지나서부터 멎었고, 당진시립중앙도서관 가기 전에 호텔에서 30분 정도 누워 있을 시간이 났다. 수업 전에 먹자면서 커피와 빵을 준비해오신 선생님들 덕분에 강의실은 눅눅하지 않고 산뜻했다.
2월부터 무사고로 오간 당진. 선생님들의 글쓰기 실력은 엄청 늘었다. 내가 손을 댈 수 없게 잘 쓰는 분들도 많다. 올해 가기 전에 이십여 명의 선생님들은 모두 책을 쓴 사람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