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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중한 기회

by 배지영

학교 졸업하고 저는 줄곧 학생들과 글쓰기를 하는 선생이었어요. 10년쯤 하니까 재미가 없더라고요. 힘들다는 핑계로 일 안 할 때는 국내외를 가리지 않고 돌아다녔어요(젊고 건강했네요). 특별한 것도 안 했어요. 기껏 멀리 가놓고는 카페에 앉아 있고 맥주 마시고 호텔 침대에 엎드려서 책 읽고. 어느 날부터 밥벌이를 줄여가며 글을 썼죠. 점점 가난해지더라고요.ㅋㅋㅋㅋㅋㅋㅋ


2016년에 <우리, 독립청춘>, 2017년에 <소년의 레시피> 출간하고, 2018년 1월에 처음으로 한길문고에서 1회짜리 성인 글쓰기 수업을 했어요. 그해 10월부터 2021년 늦가을까지 한길문고 상주작가로 일했고요. 너무나 간절하게 배우고 싶다는 분들이 계셔서 글쓰기 수업을 열었어요. 꾸준히 쓰는 힘을 기르게 하고, 시장님 국회의원님까지 초대해서 출판기념회도 성대하게 세 번 했죠. 기수 별로 10명에서 15명, 1기부터 5기까지 있어요.


저는 글쓰기 수업을 오래 했지만, 글쓰기 책 써야겠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어요. 사계절 출판사 최일주 팀장님과 이혜정 부장님이 한길문고에 찾아오셔서 글쓰기 에세이를 제안할 때 얼마나 놀랐게요. “제가요? 왜요?”라고는 안 했죠. 대신 뭘 써야 하는지 구체적으로 알려달라고 이혜정 부장님한테 이메일을 써서 답장을 받았죠.


“서점에서 하는 글쓰기 수업을 주제이자 소재로 삼고서 글쓰기의 방법론적 이야기, 교수법의 실패와 성공을 오가며 쌓은 노하우도 들어가면 좋겠어요.”


그렇게 해서 나온 책이 <쓰는 사람이 되고 싶다면>입니다. ‘쓰고 싶은’ 사람들에게 용기를 주는 책이에요. <쓰는 사람이 되고 싶다면> 덕분에 올해 2월부터 당진시립중앙도서관에서 ‘1인 1책 쓰기’ 수업을 했어요. 원래 잘 쓰는 분들도 있었지만, 처음 쓰는 분들도 한 가지 주제로 책 한 권씩 쓰셨어요. 내일은 가제본 전시하고 12월에는 출판기념회도 합니다.


이야기가 곁길로 새는 것 같지만, 제가 펴낸 책 중에서 가장 사랑받는 책은 <소년의 레시피>입니다. 올해도 초등학교와 중고등학교에 가서 학생들을 만났어요. <소년의 레시피> 주인공 강제규 님도 여름에 <소방관들을 위한 특별한 한 끼>를 출간했습니다. 경남 양산고등학교와 전북 기계공고에서 강연 요청이 들어왔는데, 수줍어서 못하겠대요.


“강제규! 뭔 소리야? 진짜 소중한 기회야. 작가가 강연 다녀야 책이 팔리는 거라고. 출판사에 손해 끼칠래? 사람들 앞에 서면 당연히 긴장되지. 근데 책 읽은 독자들은 작가한테 호감을 갖고 있어. 마이크 잡고 3분만 견뎌. 그 뒤부터 자동으로 잘 돼. 막 웃기고 싶고. 그냥 해라!”


운전도 힘들고, 피곤하면 얼굴도 더 엄청나게 붓고, 수줍음도 많지만, 저는 강연 요청 오면 일정 조정해서 갑니다. 날마다 수백 종의 책이 쏟아진다는데, 제 책을 알아봐 준 분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잊지 않고요. 10월 28일 토요일에는 마산 합포도서관 갑니다. 군산에서 쫌 머네요. 할 수 없이 바다뷰 호텔도 예약했습니다. 히힛.


포스터는 마산 합포도서관에서 만들어 주셨어요. ‘여백의 미’ 덜 좋아하는 제 취향을 딱 저격하셨네요. 고맙습니다.♥



#마산합포도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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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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