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또 못 버린 물건들>을 펴낸 은희경 작가님이 한길문고에 오신다고 했다. 1995년에 신춘문예와 문학동네 소설상을 받은 작가님이 여전히 현역으로 활동하는 모습이 존경스러워서 무조건 참석을 결심했다. 뒷자리에 편하게(몹시 중요!) 앉아서 책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사인받으면 될 줄 알았지만.
영화 <화란>에 출연한 송중기 배우와 나의 공통점은 노 개런티. 냉혹한 자본주의를 잠시 잊고 북토크 사회를 맡을 수밖에 없었다.
왜 그랬냐고요?
학교 다니던 1995년에 <새의 선물> 초판을 한길문고에서 샀다. 30여 년이라는 세월의 흐름에 지지 않고 100쇄를 찍는 책처럼 한길문고도 군산 독자들의 애정과 응원을 끊임없이 받기를 바라니까요.
그러나 북토크 사회는 준비할 게 많아서 하루 남겨 놓고 한길문고 대표 문지영 언니와 김우섭 점장님한테 쫌 약간 많이 몹시 찡찡거렸다.ㅋㅋㅋㅋㅋ
북토크 시간은 닥쳐오고 나는 <또 못 버린 물건들>에 대한 질문을 만들었다. 부족한 것 같았다. 일본 출장에서 막 돌아온 우섭 점장님(아름다운 젊은이)과 재현 과장님(역시 아름다운 젊은이)을 귀찮게 해서 질문지를 완성했다.
걱정하는 것보다 한길문고 일은 순조롭게 돌아간다. 토요일 오후에 귀한 시간 내서 서점에 오신 분들 힘도 진짜 컸다. 고맙습니다.
맥락 없이 덧붙인다.
북토크 준비하면서 <새의 선물>을 두 번 완독했다. 시간적 배경은 1969년. 우리 부모님이 결혼하기 전이다. 나는 옷만 번지르르하게 입는 남자랑 결혼하겠다고 단식까지 감행하는 스무 살짜리 우리 엄마한테 가서 미래를 보여주고 싶었다. 고생만 징그럽게 하니까 외할아버지 말 꼭 들으라고. 1995년에도 그랬고 2023년에도 변함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