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에 중2님은 ‘상세불명의 두통’ ‘상세불명의 복통’을 앓곤 했다. 지각, 조퇴, 결석이 금요일에 몰려 있는 이유다.
11월 17일 금요일 오전 10시쯤. 중2님은 학교에 가고 싶어 했다. 안 가도 된다고, 나는 진심으로 말했다. 그래도 학교로 데려다 달라고 했다. 나는 군산의료원 주차장에서 더블유 미들스쿨로 차를 몰았다.
11월 13일 월요일 한낮으로 돌아가야겠다. 그날 전주에서 일 마치고 집에 왔더니 중2님이 침대에 누워 있었다. 지금까지는 아무리 아파서 조퇴했다고 해도 손발 씻고 속옷 차림으로 컴퓨터 전원 버튼 누르면 바로 완쾌했더랬다.
체온을 재봤더니 38.4도. 동네 병원에서 독감과 코로나 검사를 했더니 a형 독감이었다.
a형 독감약은 타미플루. 부작용은 환각 등등. 추락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는 말에 온 집안의 창문을 꼭꼭 잠그고 중2님 방문을 열어놓았다. 자기 방의 문을 닫아야만 안온함을 느끼는 중2님은 아무런 반응을 안 했다. 그 밤 내내 강성옥 씨랑 나랑 보초 서듯이 거실에서 아이를 살폈다. 열이 떨어지지 않아서 서너 시간에 한 번씩 해열제를 먹였다.
화요일 오전. 타미플루를 먹은 중2님은 미동도 하지 않았다. 이틀째 먹지도 못 하고, 게임과 스마트폰조차 못 하는 게 너무 불길했다. 갑자기 체온계마저 고장 났는지 열이 재지지 않았다. 군산의료원에 근무하는 계주님한테 덜덜 떨면서 전화했다.
“지영아, 의료원으로 와.”
“응. 근데 애가 일어나지를 못해. 나 혼자 의료원 주차장에서 진료실까지 못 데리고 가.”
“119 불러야지.”
구급대원 세 분이 들것인가 휠체어인가를 들고 오셨다. 체온은 39.8도. 중2님은 구급차에 타고 나는 내 차를 타고 갔다. 너무나 정신없어서 그분들에게 감사 인사를 못 드렸다. 정말 너무 고맙습니다.
응급실 선생님들이 여러 조치를 해주시고, 계주님이 미리 접수한 덕분에 소아청소년과 문경희 과장님도 응급실에서 중2님을 살펴주셨다. 의료진들이 오가는 응급실 침대에 중2님이 누워 있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놓였다. 병실로 옮긴 중2님은 여전히 움직이지 않았다. 그래도 혹시 몰라서 나는 창문부터 꼭꼭 닫았다.
“엄마, 내 스마트폰 어딨어?”
병원에 온 지 7시간 만에, 열난 지 34시간 만에, 중2님은 ‘건강한’ 질문을 했다. 그 순간이 올 줄 알았다. 중2님 심기를 건드리지 않는 게 어머니의 책무, 계주님한테 잠깐 아이를 맡겨놓고 부리나케 집에 다녀온 보람이 있었다.
진정한 어른이라면 고열을 이겨낸 소년에게 무슨 말부터 해야 할까. 이틀 동안 간병하느라 제대로 못 잤다고 하면 완전 똥멍청이. 누워서 스마트폰 하는 청소년이 충격적으로 사랑스럽다고, 너무 기쁘다고 실토했다.
내 자랑 같지만, 중2님 스마트폰 챙기러 집에 갔을 때 세 번이나 읽은 <행복의 기원>을 챙겨왔다. 그런데 읽다 만 <작은 빛을 따라서>도 결말이 너무 궁금했다. 강성옥 씨한테 퇴근할 때 병원으로 오지 말고 집에 가서 책 좀 가져오라고 시켰다.
군산의료원 518호에서 중2님은 스마트폰하고, 나는 책 읽었다. 불편한 밤이었지만 불안하지 않은 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