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원광대학교에 갔다. 문예창작학과 김정배 교수님이 지역인문학센터 인문강좌에 초대해 주셔서 <쓰는 사람이 되고 싶다면>으로 이야기했다. 문예창작학과 학생부터 나이 들면서도 계속 공부하는 분들이 오셨다.
학생들 강연갈 때는 한길문고 굿즈를 챙겨가는데, 어른들 강연이라 달랑 내 책 한 권을 선물로 준비했다. 강연 중간에 아무 문제나 내곤 하는데, 초반에 선물 받을 사람을 정해버렸네.
“(웃음) 여기 있는 사람 다 나눠줘야지요!”
뒤쪽에 앉은 어떤 선생님이 커다란 강의실이 쩌렁쩌렁 울리게 항의(?)했다. 일단 나도 웃음으로 맞받아친 다음에 말했다. 작가도 자기 책 돈 주고 산다고, 내 책 열 권 팔아야 한 권 살 수 있다고 했더니 그 선생님이 유머를 싹 거두고 말했다.
“아, 그렇습니까? 그렇다면 죄송합니다. 몰랐습니다.”
쿨가이 선생님 덕분에 긴장 풀렸다. 일과 마치고 쉬어야 할 저녁에 나온 선생님들에게 ‘쓰고 싶은 마음’의 씨앗을 정성껏 심어주었다. 그래도 2시간 동안 나 혼자 쉬지 않고 말하면 힘드니까 선생님들을 웃게 하면서 그 틈에 나도 좀 웃었다.
쓱쓱 말할 수 없는, 머릿속으로 정리해야 하니까 한 템포씩 느려지면서 대답해야 하는 질문들이 나왔다. 답하고 보니 예정 시간을 넘겼다. 선생님들은 핸드폰을 보거나 가방을 먼저 싸지 않았다. 여전히 내 말을 듣고 있었다. 그래서 오늘 재미, 감동, 쓸모 중에서 한 가지라도 선생님들에게 닿았냐고 물었다. 선생님들은 고개를 끄덕이거나 뭐가 있었다고 대답했다. 드디어 순도 100퍼센트의 진심을 말할 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