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자랑은 하지 않는다. 남의 험담을 하지 않는다.’는 하루키의 에세이 규칙을 글쓰기 수업에서는 반만 따라 했다. 소극적으로 고개를 끄덕이든 열 마디를 보태든, 끝에 가서 허무해지는 ‘남 디스’를 멀리하자고 했다(시집살이 심했을 경우 시어머니와 남편 험담 2회씩 허용). 살림하고 아이들 기르고 직장 다니면서 읽고 쓰는 자기 자랑은 멈추지 말라고 당부했다. - <쓰는 사람이 되고 싶다면>, 사계절, 배지영
모범생처럼 생겨가지고(어?) 나는 숙제를 안 해가는 학생이었다. 방과 후에 남기거나 화장실 청소시켜도 숙제 안 해오니까 선생님이 하루는 운동장 한가운데에 세워놓은 적도 있다(남녀공학 고등학교).
글쓰기 세계는 너그러웠다. 공부를 못해서 6년 만에 대학 졸업한 사람에게도 곁을 내준 덕분에 나는 글쓰기 선생으로 일하며 글을 썼다. 성인들을 가르칠 때 나는 몹시 냉혹한 사람, 숙제하기와 무결석을 맹세하지 않으면 수업에 발 딛지 못하게 한다.ㅋㅋㅋㅋㅋ
지난 금요일에 한길문고에서 글쓰기 수업 시작했다. 그토록 바라던 곳에 오게 된 선생님들의 얼굴에서는 빛이 났다. 그 반짝임에 기대 나는 첫 수업의 긴장감(식사 불가)을 누그러뜨렸다. 첨삭 수업이라서 몇 번이나 강조했다. “글쓰기에는 정답이 없어요. 제가 하는 말도 꼭 의심하셔야 해요.”
수업이 끝날 무렵 한길문고 글쓰기 1기 김준정 작가님이 왔다. <쓰는 사람이 되고 싶다면>에 등산가 님(드라마틱하게 성장)으로 나오는 준정 작가님에게 글쓰기 수업은 삶의 전환점이었다. 어떤 선생님들에게 글쓰기 수업은 화양연화였고, 어떤 선생님들에게 글쓰기 수업은 단 한 번으로 충분한 경험이었다.
육아의 끝은 아이의 독립, 글쓰기 수업의 끝은 읽고 쓰는 사람이 되는 것. 나는 글쓰기 수업에 온 선생님들이 15회차까지 빠지지 않고 완주해서 자기 책을 펴내는 순간을 보고 말 거다.
그다음은요?
6월 14일 글쓰기 강연 끝났을 때는 박효영 상주작가님이, 6월 20일 글쓰기 수업 끝났을 때는 김준정 작가님이 내 가방을 들고 우리 집까지 걸어서 바래다줬다. 그러니까 제 가방 들어주는 사람이 될 수도 있다고요. ㅋ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