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길문고에 작업실이 있었을 때는 집에서 글이 더 잘 써졌다. 작업실 빼고 나서는? 당연히 집에서는 안 되지요. 작년부터 동네 카페 7: 산들도서관 2: 늘푸른도서관 1 비율로 떠돌았다. 올해도 자리를 잡지 못하고 스터디 카페 잇다, 스벅, 산들도서관, 시립도서관에 다닌다.
올해 4월에 최은경 작가님 - <이런 제목 어때요?> 곧 출간- 과 ‘번영 주택’을 본 이후로 거의 날마다 작업실 타령하고 있다. 로또 복권 당첨되면 첫 번째로 번영 주택 사는 걸로 마음을 굳혔더니 당첨금으로 번영 주택에 긴 책상과 푹신푹신한 침대, 호텔 이불 들이는 꿈까지 꿨다. 너무나 생생했지만 현실에서는 로또 복권 다섯 번이나 샀을라나.
오늘 시립도서관에서 자리 잡고 딱 3줄 썼는데 자판 소리 시끄럽다고 민원 받았다. 가방 싸면서 내적으로만 고래고래 다짐했다. 내가 진짜 이번 주에 로또 복권 산다! 산다고! 2만 원어치 산다고!
퇴근하고 영전한 친구 축하하려고 꽃집에 갔다. 사장님이 권해주신 대로 화분을 고르고 났더니 꽃이 다 예쁘다. 친구한테도 선물하는데 배지현 자매님한테도 꽃을 사주자는 생각이 들었다. 결제하고 났더니 허전하다. 그럼 나는? 나도 꽃 좋아하잖아. 저번에 강연 때 받은 유칼립투스 말려서 지금도 날마다 향기 맡잖아. 그러니까 나한테도 꽃 사줘야지.ㅋㅋㅋㅋ
꽃다발은 두 개 샀을 때부터 똑똑해지나 보다. 나는 꽃을 들고 자매님네 집으로 곧장 가지 않고 복권 파는 상점에 들렀다. 제부 거 복권도 따로 샀다.
옛날옛날에 여름 방학에는 꼭 주산 학원(어린이 걸음으로 왕복 4시간) 다녔다. 왕복 차비 100원, 쭈쭈바 50원, 핫도그 50원. 엄마는 아침마다 200원을 줬는데, 나는 학원 갈 때만 버스 탔다. 150원씩 며칠 모아서 소꿉놀이를 좋아하는 동생에게 이것저것 사다 주는 재미가 있었다.
좋으면 좋다고 확실하게 리액션을 하던 내 동생 배지현은 즈그 언니 머리통이 보일 때까지 차부에 나와 있었다. 그때 나는 야성적인 어린이어가지고 개울에서 수영하고, 물고기 잡고, 하도 물에서 놀아가지고 덜덜 떨면서 햇볕에 달구어진 넓적바위에서 몸을 말리고, 구름 그림자를 따라서 산으로 갔다가 들로 갔다가, 무지개를 따라서 또 남의 동네까지 한참을 갔다가 해 떨어질 때쯤 집으로 갔다. 저 멀리서 배지현 목소리가 들렸다.
“언니야!”
하튼, 이번 주에 나는 로또 복권 1등 당첨될 거다. 그래도 올해 12월까지 잡혀있는 강연과 글쓰기 수업 다 하고, 원고도 성실하게 써야지. 이 결심 꼭 지키고 싶다.ㅋㅋ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