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brunch
매거진
일기와 에세이 사이
한밤중 구조 활동
by
배지영
Aug 4. 2024
영전한 친구, 승진한 친구, 생산 수단을 소유한 친구를 만났다. 너무 더운 데서 밥 먹고, 너무 시끄러운 데서 술 먹고, 너무 많은 말을 했지만, 혼자 걸어서 집에 오는 길이 외롭지 않았다.
덕분에 동물 구조 활동을 할 수 있었지요. ㅋㅋ
성충이 되고 나서 한 달 정도밖에 못 사는 매미. 보도블럭 위에 발라당 누워있으니까 죽은 줄 알았다. 사람들한테 밟히지 않게 풀섶으로 보내주려고 들었다. 갑자기 매미가 발버둥을 쳤다. 소스라치게 놀라서 매미를 땅에 떨어뜨렸다.
매미는 천천히 기어갔다(매미는 자력으로 뒤집기 못한다). 119안전센터에서 사회복무
요원으로 군복무를 마친 아들의 어머니로서 나는 매미 구조 활동을 했다. 소리통이 울리는 거 보니까 수컷이었다.
“
Hey, boy. 너는 어느 나무에서 떨어졌냐? 아는 매미 있어?”
매미의 언어를 모르니까 한국말과 영어로 말을 걸었다.ㅋㅋㅋㅋ
아무 말도 안 하고 울기만 하길래 나는 가장 큰 나무에 매미를 올려주었다. 떨어질까봐 조금 더 지켜보다가 집 쪽으로 걸었다.
그럴 일이 있어서 요새 날마다 ‘문운’을 빌고 있다. 로또 복권 1등 당첨도 포기할 정도(이번 주에 안 샀어요)로 간절하다. 친구들도 나보고 잘되라면서 “꽃다발 줄 일 좀 만들어.”라고 했다.
나도 진짜 잘 되고 싶지. 안 되면 뭐
,
다른 거 뭐라도 해야 하고. 그제는
시립도서관에
서 K 뷰티 소재학과 팸플릿을 챙겨와서 내 책상에 올려뒀다.ㅋㅋㅋㅋ
#매미구조
#문운
#나도잘되어가지고꽃다발받고싶지요
keyword
매미
구조
29
댓글
2
댓글
2
댓글 더보기
브런치에 로그인하고 댓글을 입력해보세요!
배지영
에세이 분야 크리에이터
직업
출간작가
학교 운동장에 보름달이 뜨면
저자
『쓰는 사람이 되고 싶다면』『소년의 레시피』『남편의 레시피』『범인은 바로 책이야』『나는 진정한 열 살』『내 꿈은 조퇴』『환상의 동네서점』 대한민국 도슨트 『군산』 ..
구독자
4,873
제안하기
구독
매거진의 이전글
집에 오는 길
절약가의 디저트 결제 344,300원
매거진의 다음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