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오전 9시쯤이었어요. 군산 월명공원에서 내려오다가 꽃이 너무 아름다운 집을 발견했어요. 절제를 할 줄 아는 사람이니까(응?) 차를 세우고 남의 집 담벼락 앞에서 사진을 찍었습니다. 교양이 몹시 넘치는 편이니까(응?) 담장 너머로 정원도 좀 들여다보면서요.
아름다웠어요. 예쁘다, 근사하다를 천만 번 해도 모자랄 정도로요. 배지현 자매님이랑 최길임 계주님이랑 저는 참을성과 수줍음이 많은 사람들. 백 번 정도만 감탄했습니다.
오전 9시 15분쯤, 집주인 선생님이 나오셨어요. 왜 아침부터 남의 집 앞에서 떠들고 사진 찍냐고 뭐라 하지 않으셨어요. 들어와서 구경하라 했습니다. 사람이 꽃보다 아름답다고 하시면서요. 저희는 속으로 대꾸했어요. 대통령을 잘 뽑은 우리 모두 아름답다고요.ㅋㅋㅋㅋ
낯선 이들에게 정원을 개방한 집주인 선생님은 현관문을 열고 들어가 버리셨어요. 우리보고 마음 편하게 정원을 거닐라는 뜻이겠지요. 우리는 소곤소곤(과연?) 속삭이며 꽃 구경을 했습니다. 옥상으로 가는 계단과 담장과 잘 안 보이는 뒤란까지 꽃이 피어 있었어요. 꽃들은 저마다 이름표를 달고 있었습니다. 모르는 게 참 많은 우리는 수국과 장미 앞에서만 우쭐댔어요. 오랜 시간 알아 왔으니까요.
현관 앞에서 허리를 90도로 숙이고 안에 계신 집주인 선생님에게 감사 인사를 드렸습니다. 차에 타고 나서도 여운이 남더라고요. 요즘 세상에 어떻게 자기 정원을 모르는 사람들에게 개방할 수 있을까요. 내년에도 오고 싶었습니다. 근처 빵집에 들러 몇 가지를 사서(최길임 결제) 정원이 아름다운 집에 다시 갔습니다.
집주인 선생님은 빵을 절대 안 받으시려고 했지만, 제가 또 씨름왕 출신이잖아요. 힘으로, 예쁜 말로, 환한 웃음으로 밀어붙이고 말았지요.
정원의 꽃은 장마 지나고 또 핀다고 해요. 7월쯤에요.
내년에 꽃구경 할라 했는데, 한 달 뒤에 오라는 초대의 말씀이었을까요?ㅋㅋㅋㅋㅋ
하루에 4시간씩, 정원을 한시적으로 개방하는 그 집은 골목길을 끼고 있었어요. 은밀하고도 아름다운 골목이었습니다. 우리는 점점 좁아지는 골목 안까지 두 번 걸어갔다가 왔어요. 그러고는 ‘키스 스팟’이라고 이름 붙였고요.
배지현과 최길임은 골목길 키스도 안 해보고 결혼한 녀성들. 골목길에서 키스해 본 제가 대장 노릇을 하기로 했어요(셀프 취임). 골목길 키스 대장의 역할은 무엇일까. 감자 치아바타를 사러 ‘후아후아 브레드’ 간 김에 파티시에 산하에게 물었어요. 골목길에서 키스 해봤냐고요. 이산하 파티시에의 대답은 여기에 적지 않겠어요.
저는 산하에게 ‘키스 스팟’ 사진을 보내주었습니다. 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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