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주 차 | 이름하야 ‘고유한명상’
지난 주 스터디원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느낀 점이 있다. ‘이 사람들은 참 쉽게쉽게 일을 저지르는구나.’ 그것이 완벽한가는 그들에게 중요하지 않아 보였다. 무언가 시작하면 완벽주의가 발동하는 나로서는 그들의 관점이 알면서도 새로웠다.
겉으로는 엄청 대단해보여도(실제로 사업이나 실력 면에서 대단해도) 결국 우리는 불안과 두려움을 안고 있는 휴먼이다..^^ 이들의 차별점은 “실행의 여부”. 즉 말로 내지른 것을 행동으로 옮기는가에 있었다. 한 발 더 나가면 생각의 구체성과 행동의 꾸준함. ‘나 사업이나 해볼까봐~’ ‘유튜브 시작할까봐 ~’ 같은 가벼운 농담에서 그치지 않고 움직인다. 계속해서.
반면 나는 지금 할 수 있는 일임에도 스스로의 부족함을 더 크게 보며 시도하지 않고 있다고 느꼈다. 또한 이용자에게 ‘돈을 받는 일’ 앞에서 주저하며 나아가지 못하기도 했다. 나의 짧은 지식과 얕은 경험만으로 누군가를 안내해도 될까 하는 생각에서 나온 주저함이었다.
다짜고짜 명상 모임을 열었다.
매주 1회 온라인 모임을 통해 명상 가이드를 제공하고, 한 주 동안 해당 가이드를 실천하며 명상 일지를 기록하는 방식. 그리고 다음 모임에서 지난 주 경험을 참여자들과 함께 나누는 플로우를 구상했다.
‘생각을 실행으로 옮기자!’ 하는 번뜩이는 다짐과 함께 참여자 모집을 시작했다. 감사하게도 나를 알고 있는 지인 몇몇이 먼저 연락이 왔다. 그리고 속해 있는 여러 커뮤니티에 홍보해서 무려 열 여섯 명의 인원이 모였다. 예상했던 8명보다 두 배의 인원을 끌고 가야하는 상황이 되어버렸다.
소중한 사람들을 비롯해 두 자리 수의 인원을 보니, 시작은 가벼운 마음이었을지라도 묵직한 책임감이 밀려왔다. 부담이 안됐다면 거짓말이다. 내가 이 많은 이들을 명상의 세계로 안내할 자격이 되나? 명상 초심자가 많은데 이들에게 좋은 첫인상과 경험을 심어줄 수 있을까? 이미 명상을 하고 있는 분과 처음인 분 사이의 간극을 어떻게 메울까? 어떤 주제와 순서로 안내해야 자연스러운 흐름으로 진행할 수 있을까...
사실 급한 생각으로 모집한 모임이라 운영상 허점도 많았다.
첫째, 요일과 시간을 명확히 공지하지 않았다.
모집 전부터 일정 관련 문의가 많이 왔다. 참여자들에게 일정 설문을 받아서 진행할 계획이었기 때문에 예비 참여자의 질문에 제대로 답변을 드릴 수 없었다. 미리 공지했다면 불필요했을 CS였다. (좋은 쪽으로 본다면, 그 덕분에 약하게 연결되어 있던 인연들과 한 번 더 연락을 나누고 근황을 물을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했다.)
무엇보다 열 여섯 명의 일정을 맞추느라 대단히 애를 먹었다. 기대감을 안고 신청해주셨는데 일정이 맞지 않아 함께하지 못하는 분도 생겼다. 나의 미숙함으로 벌어진 일이라 정말 죄송하고 아쉬웠다.
OT는 2회로 나눠서 진행했다. 첫 모임만큼은 모두가 참여할 수 있길 바라는 마음에서 조금 더 에너지를 써보기로 결정했다.이 부분은 1회차 내용을 보완해서 2회차를 진행할 수 있어 오히려 좋았다.
둘째, 온라인 환경에 관한 고려가 부족했다.
나는 명상 라디오를 하려고 한 게 아니라 서로의 경험을 공유하는 ‘모임’을 하고 싶었다. 그런데 인원이 늘어나면 말로써 나누는 시간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열 여섯 명이 돌아가면서 얘기를 나누면 시간은 지체되고 깊이는 얕아진다. 결국 집중도는 떨어진다. 왜 다른 온라인 모임에서 인원을 제한하는 것인지 몸소 배웠다.
셋째, 여전히 돈을 받는 행위가 무섭다.
명상 모임에 꽤 많은 정성과 에너지를 쏟고 있음에는 거짓이 없다. 저녁 명상을 하는 도중에도 모임을 어떻게 개발할 수 있을까 하는 고민과 생각들이 떠올랐다.
그런데 참여자들에게 돈을 받는다? 보증금, 참여비, 후원 등 그 형태는 다양하게 시도해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를 얼마로 측정해야 할지, 그것보다 내가 돈을 받고 모임을 운영할 자격이 있는지는 아직 자신이 없다.
그런데 무료 나눔으로는 모임이 지속 가능하지 않음은 확실하다. 단톡방에서 “이렇게 해보세요” “저렇게 같이 해요” 라고 홀로 외치는 것도 한계가 있다. 뚜렷한 반응 또는 아웃풋이 없는 커뮤니티 운영은 언젠가 지친다는 것을 수 차례 경험으로 알고 있다.
명상을 통해 더 나은 삶을 살고 싶어서, 도반들과 함께 오래 걷고 싶어서 모임을 열었다. 그렇다면 지속 가능해야 한다. 참여비를 안 받을 수가 없다.
지난 주 오프라인 세션에서 누군가 “옥돌님은 돈을 받는 걸 무서워하고 계신 것 같아요. 돈이 나쁜 게 아니잖아요. 진심으로 준비하고 드린 만큼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받는 게 맞다고 생각해요.”라는 말을 들었다. (어, 듣고보니 맞는 것 같기도...)
스터디원분들은 유료 모임을 운영해도 충분하다며 격려해 주시는데, 나만 스스로 만든 테두리를 못 벗어나고 주위를 서성대는 것 같다. 우선 명상 모임 1기를 최선을 다해 운영해보고, 2기에는 다른 시도를 해봐야겠다.
이제 막 OT를 마친 1주차인데 벌써부터 온몸으로 배움을 받아들이고 있다. 역시 말보다 행동. 누구든지 번지르르한 말로 우주여행을 할 수도 있겠지만, 결국 움직이지 않으면 아무 것도 배울 수 없다.
진짜 배움은 생각이 아닌 경험에서 나오는 것임을 기억하자. 그리고 한 발씩, 전진하자.
by. 고유한 요가안내자 옥돌 (@okdol_yog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