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사람을 만나고 있다.
아니, 사귀고 있다.
사귀기 전에도 이상한 사람이었다.
사랑한다는 말을 아무렇지 않게 건네고,
낮이고 밤이고 나를 만나러 와 줬다.
날 이성으로 보지는 않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나를 안아줬고, 쓰다듬어줬다.
사귄 이후에는
종종 말다툼 비슷한 것을 했다.
어제도 그러했는데
그 모든 상황이 다 끝난 후에 그 사람은 내게 물었다.
본인이 한 말 중에 상처가 되는 말이 있었냐고.
나는 없다고 했다.
그 말이 너무 따뜻해서 있어도 없다고 하고 싶었다.
'따뜻함'이라고 하면
전기장판 위에 올려진 이불 따위를 떠올렸다.
지금은 그 사람의 살냄새, 체온, 목소리를 떠올린다.
형태도 없는 것을 기억하려 애쓴다.
보이지도 않고 만질 수도 없는 것을 놓지 않으려
끊임없이 애쓰는 내가 싫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