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케이키를 만드는 카후나의 난임 일기
돌이켜보니 난임 검사 후 첫 과배란 주사를 맞는 데까지 꼬박 1년이 걸렸다. 한 달이 아쉬운 시험관 세계에서 1년 동안 난 무엇을 한 걸까? 그 시간을 통과하니 비로소 보인다. 남편과 나는 현실을 부정하고 있었다. 시험관에 대해 잘 몰라 머뭇거리고, 두려워하며 재검사만 하고 있었다.
모든 문제를 공부로 해결하려는 사람이라 1차 시험관을 시작하기 전 1년 동안 난임에 관한 읽을 수 있는 모든 자료를 읽었다. 세상에는 정말 다양한 난임 원인이 존재했다. 심지어 알 수 없다는 상세불명의 원인까지. 놀라웠다. 고차수까지 할 수 있는 신체적 여건임에도 경제적 한계로 한 두 번밖에 시도할 수 없는 다른 나라의 커플들의 사례도 접했다. 그 심정이 어떨지, 가히 가늠하기도 어려웠다.
꼬박 1년 동안 시험관에 관해 공부하면서 난임 치료는 자연스레 고마운 것으로 변해 있었다. 시도해 볼 수 있는 나의 상황에 진심으로 감사하게 되었다. 이런 마음으로 드디어 시험관 1차 시도를 맞았다.
첫 과배란 주사를 맞는 날 아침.
눈 뜨자마자 냉장고 문을 열어 전날 병원에서 받아온 보냉백을 꺼냈다. 안에 들어 있는 약통과 주사기. 안내문을 가지런히 식탁에 올려놓고 자리에 앉았다. 조심스럽게 만년필 모양 주사기에서 잉크 카트리지 같은 약통을 꽂고 어설프게 바늘을 연결했다.
“오, 여기까지 잘했어!”
스스로 칭찬을 한 번 하고 나서 숨을 길게 한 번 내뱉었다. 배꼽 왼쪽 대각선 아랫부분을 알코올 솜으로 닦고 주사기를 집었다. ‘자, 첫 주사다’ 속으로 말하며 주사를 놨다.
어? 생각보다 안 아프네? 할 만한데?
눈을 뜨고 주사기를 바라보니, 정말 얇은 바늘이 보였다. 그래도 뭐든 처음은 힘이 들어가기 마련이라, 1차를 하는 내내 긴장했다. 밤잠도 설치고 컨디션이 아주 좋진 않았는데도 주사를 맞으니 난포는 정직하게 차츰차츰 자라났다. 다행히 큰 탈 없이 채취하는 날이 도래했다.
첫 번째 난자 채취 당일 아침.
자고 일어나니 아랫배가 빵빵한 느낌이었다. (난포를 성숙시키고, 배란을 유도하는)마지막 주사를 36시간 전에 맞았는데 그 효과가 채취 당일 아침 몸으로 느껴지는 게 신기했다. 양쪽 난소에 여러 난포가 들어 있는 이미지를 상상하며 나도 모르게 배를 문지르며 조심조심 병원으로 이동했다.
자주 가 본 병원 건물이었지만 시술실이 있는 층은 처음이었다. 모르는 의료진과 준비를 마치고 시술실로 들어가니 주치의 선생님이 기다리고 있었다. 아는 얼굴을 만나니 어찌나 반가운지. 무표정의 나, 마음이 바로 부드러워졌다. (울컥) 그래도 시술대에 오르려니 무서웠다. 스스로 달래며 뻣뻣하게 긴장된 사지를 침대에 누위니, 마취과 선생님이 친절하게 안내를 해줬고 언제인지도 모르게 잠이 들었다.
마취에서 깨보니 침상으로 옮겨져 있었다. 알지 못하는 사이 몸이 다른 곳으로 옮겨졌다는 감각이 낯설었다. 몸을 움직여 봤다. 시술 부위에 거즈가 들어가 있는 게 느껴졌다. 그 이물감 말고 특별한 통증은 없었다.
“아니 벌써 깨셨어요? 나온 지 5분도 안 됐는데. 많이 긴장하셨어요? 그럼 빨리 일어나실 수도 있어요.”
간호사님이 놀란 목소리로 말했다. 침상 커튼이 열리자, 내 옆으로 ‘자고 있는’ 사람 5명 더 보였다.
간호사 선생님께 바로 물어보고 싶을 것을 질문했다. (이상하게 목소리가 갈려졌는데 수면 마취 후 자연스러운 것이라고 해요. 저도 30분 내 없어지더라고요.)
“저 채취는 잘 되었나요?”
“네, 잘 되었고요. 5개나 나왔어요. 거즈 빼 드릴게요. 출혈 없고, 좋네요.” (5개나? 5개 밖에가 아니고? 인터넷에서 보면 20개 채취하는 사람도 있던데..시무룩)
원무과에 들러 진료비를 계산하고 병원 문을 닫고 나오며 생각했다. 과배란, 그래도 생각보다는 할 만하다!
내가 너무 긴장하긴 했구나. 겁먹더라도 막상 해보면 별 것 아닌 일이 생각보다 많구나.
너무 과도하게 걱정만 하지 말고, 차근차근 과정을 마주해 보자. 이렇게 다짐하며 첫 번째 난자 채취 과정을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