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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체적인 사랑으로 보여주기

추상적인 사랑을 구체적인 사랑으로 보여주기

by 시간나무

<만루홈런>에게 보여주기


좋아하는 계란말이 자주 해 주기

소중한 날에 잡채 꼭 해 주기


운전할 때 잔소리 줄이기

정리한 방 어지르지 않기


큰 눈망울에 고였던 눈물 흐를 때 무조건 닦아 주기

“사랑해!” 말은 쑥스러워 못해도 사랑의 눈빛은 보내기


피땀 흘린 어제, 인정해 주기

잠 못 이룬 오늘, 위로해 주기


그리고,

여전히 진실되게 살아가고자

자신과의 약속을 잊지 않고 지키기 위한

끊임없는 노력에 응원해 주기




2022년 9월 3일 서랍 속 이야기를 꺼내면서,

'추상적인 사랑을 구체적인 사랑으로 보여주자'라고

내가 나와 약속을 하면서 남편에게 잘 보여주고 싶었는데

지난 32개월을 되돌아보니

열손가락도 안 되는 약속조차도 지키지 못한 것이 마음에 걸린다.

특히, '운전할 때 잔소리 줄이기'는 왜 이렇게 어려운지......

(참, 이상하다. 나에게 운전을 가르쳐준 남편이 잘해도 훨씬 잘하는데 왜 내가 잔소리를 하는지.

이런 내가 스스로도 민망하여 잔소리를 하지 않겠다는 나의 마음을 전하기 위하여,

한동안 조수석에 타면 밴드를 입에 붙이기도 했다. 그런데도 쉽지가 않다.

마치 '조수석 = 잔소리석' 공식이 있는 것처럼)




오늘은 32년 전 한 남자가 나에게 프러포즈를 한 날이다.

그때 그 남자는 정말 꽃보다 아름다운 청춘을 품은 청년이었다.

그때 그 시절을 회상하며

어른들이 말씀하셔도 도저히 이해하지 못했던 '사람은 추억을 먹고 산다'라는 말이

이제는 무슨 말인지 알 것 같다.

때론 사탕보다 더 달콤한, 때론 커피보다 더 진한 추억이라는 맛을.




내 휴대폰에 <만루홈런>으로 저장되어 있는

남편은 어릴 적 야구를 좋아했던 것은 확실하다.

옛이야기를 듣다 보면 할 수만 있었다면 야구선수도 하고 싶었던 것 같다.

물론 야구선수는 아니지만,

자신의 인생이라는 경기장에서 만루홈런을 치길

간절히 바라는 마음을 담아 저장한 이름이다.


(사진 출처 : Jinipap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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