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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문객

by 시간나무

【 방문객 】

정현종

(1939.12.17.~ )


사람이 온다는 건

실은 어마어마한 일이다.

그는

그의 과거와

현재와

그리고

그의 미래와 함께 오기 때문이다.

한 사람의 일생이 오기 때문이다.

부서지기 쉬운

그래서 부서지기도 했을

마음이 오는 것이다 - 그 갈피를

아마 바람은 더듬어볼 수 있을

마음,

내 마음이 그런 바람을 흉내낸다면

필경 환대가 될 것이다.




시인은 타인과의 만남에서조차도

그 사람의 일생, 그 사람의 마음을 맞이하는 것으로

사람이 오는 것을 귀하게 여겼다.


내 마음의 낯선 갈등으로 생긴 그림자를

어린 나의 첫째 아이와 그보다 더 어린 나의 둘째 아이에게

그 그림자를 드리우게 했었던 내가 보인다.

그때 나는 엄마라는 이름을 내세웠지만

부서지기 쉬운, 그래서 부서지기도 했을 아이들의 마음보다

부서지는 듯한 내 마음부터 챙기기에 급급한

슬기롭지 못한 미련한 어른에 불과하였다.


오늘처럼 예고도 없이

철부지 엄마 같았던 그때의 내가 불쑥 찾아오면

나는 한없이 부끄러워진다.

(타인을 마주하는 시인의 마음을 보니 더 부끄럽다)

더불어, 무조건 엄마가 최고라고 말해주던

아이들에게 무한한 고마움을 느낀다.


나에게 온 아이들이

에게 어른이 되는 법을 가르쳐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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