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내게 무슨 일이 생기면

by 시간나무

【 혹시 내게 무슨 일이 생기면 】

(원제 : If Anything Happens I Love You)


공개연도: 2020년

등 급 : 전체 관람가

국 가 : 미국

러닝타임: 12분

배 급 사 : NETFLIX ORIGINAL




조용한 마을, 어두운 밤.

어느 한 집의 창문에만 불이 켜져 있다.


그 안에는 아주 기다란 식탁을 사이에 두고 부부가 마주 앉아 있다.

남편은 맥주캔을 한 모금 마시고, 아내는 접시 위의 미트볼을 굴리기만 한다.

두 사람은 아무 말도 하지 않지만,

그 침묵 속엔 슬픔의 화살이 상대방 마음을 향하여 쏘고 있다.


감정의 무게를 견디다 못한 남편은 마당으로 나간다.

창고 모퉁이를 돌자, 축구공에 찍힌 자국을 남긴 벽의 흔적을 바라본다.

아내는 빨래를 들고 계단을 올라가다, 살짝 열린 방문을 닫고 지나친다.

아내를 따라가던 고양이는 그 방문 앞에서, 누군가를 기다리는 듯 앉는다.


어느 날, 아내는 건조기에서 빨래를 꺼내다

작은 옷 하나를 발견하자

그 옷에 얼굴을 묻고 주저앉아 울음을 터뜨린다.


그 순간, 건조기 위에 놓여 있던 축구공이 굴러 떨어지면서

아주 조금 열린 방문을 툭 치고 방 안으로 들어간다.

그렇게 굴러간 공이 축음기를 건드리자 음악이 흐르기 시작한다.

(아마도 그 방의 주인이 좋아하던 노래였을 것이다)


방의 주인과 그 작은 옷의 주인은 같다.


아내는 늘 지나치던 그 방에 그 옷을 가슴에 품은 들어간다.

남편도 음악이 흘러나오자 발길을 옮겨 그 방으로 향하고,

부부는 나란히 침대에 앉는다.


그러자, 보이지 않으나 보이는 그 방의 주인과 함께

집 안을 가득 채웠던 기억들을 떠올린다.

딸이 태어나고, 함께 미트볼을 먹고, 공격수가 되어 축구를 하며

함께한 행복한 시간들이 스쳐간다.




10살 생일축하 파티를 마치고

딸은 신나는 표정으로 손을 흔들며 등교한다.

아빠와 엄마 역시 사랑스러운 눈빛을 보낸다.


갑자기 학교에서 총성이 울리고,

아이들의 비명, 그리고 정적이 흐른다.


잠시 후, 휴대폰에 짧은 문자가 도착한다.

"혹시 무슨 일이 생긴다면 사랑해요."


사랑한다는 말은

빗방울이 되어 하늘에서 내리는데,

그 빗속에 부부는 서로를 외면한 채 멀어져 간다.


그때, 딸의 그림자는

작은 몸으로 온 힘을 다해 두 사람을 끌어당긴다.


그렇게 딸의 사랑이 부른 기적처럼,

부부는 서로의 등을 맞대고, 서로의 손을 마주 잡게 된다.


비로소, 아이는 활짝 웃으며 말한다.

"저 때문에 슬퍼하지 마세요.

저 때문에 아빠와 엄마가 불행해지면 싫어요."




미국 내 학교 총기 사고로 어린 딸을 잃은 한 부부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이 영화는

'혹시 내게 무슨 일이 생긴다면'이란 메시지에 대하여 침묵과 그림자로 답하고 있다.

극도로 절제된 색감과 대사 없는 전개,

그리고 인물들의 감정을 그림자로 표현한 연출이 오히려 슬픔 이상의 감정을 자아낸다.


12분 남짓한 짧은 시간 동안,

과거의 상실과 원망, 그리고 현재의 고통과 절망을 고스란히 따라가게 하였고.

나의 지나온 수십 년의 시간, 그리고 그 시간 속에서의 이별을 떠올리게 하였다.


사랑하는 누군가를 잃은 후의 마음.

그리고, 그 슬픔을 견뎌내야 하는 누군가의 마음.

도저히 설명할 수 없는 감정의 무게에 짓눌린다.


그리고, 이 애니메이션에서 다시금 느낀 건

사랑의 크기는 나이와 비례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겨우 10살.

그 짧은 생의 마지막 순간에 전한 사랑의 힘은

상실과 절망까지도 치유하는 기적을 가지고 있으니까.




몇 년 전 애니메이션을 처음 만나고

그 가슴 먹먹함에 한참을 힘들어했었다.


그렇기에,

이 영화의 등장인물을 소개할 수 없다.

마음에 저장할 수 있는 대화도 없다.


그럼에도,

많은 얼굴이 떠올랐고,

많은 대화가 마음속에 저장된다.




10살 생일축하 파티 후 학교에 등교하는 딸


학교 저 문 너머에서 총성과 비명...


아빠와 엄마에게 전한 딸의 마지막 말, 사랑해!



(이미지 출처 : '혹시 내게 무슨 일이 생기면'의 포스터)

★ 처음으로 등장하는 컬러는 바로 파랑. 바로 딸의 작은 옷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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