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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ㅎㅇ Nov 14. 2021

우울이 왔다.

우울이 가득한 3일의 기록

금요일엔 일어나자마자 클라이언트 미팅을 하러 갔다.

미팅 장소가 경기 남부였는데, 집에서 지하철로 2시간 거리였다. 

전날 클라이언트와 회식이 있어 막차를 타고 집에 왔더니, 여전히 피곤하다.

미팅이 끝나고 회사에 복귀하는 순간 당일 반차를 쓸까 잠시 고민하다가 안경을 벗고 자리에 가만히 앉아 있었다.

대충 업무를 끝내고, 다른 날보다 일찍 퇴근하고 헬스장에 가서 남은 힘을 다해 쇠를 들었다. 

집에 오니 밤 9시, 반려인과 늦은 저녁을 했다. 

한 달 동안 밤늦게 과자 먹는 걸 멈췄는데, 오랜만에 쥐포를 깠다.

쥐포를 먹었더니 야식의 유혹에 패배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속도 더부룩했다. 

죄책감과 더부룩한 속을 안고 후리스를 대충 걸치고 밖으로 집 주변을 달렸다. 

돌아오니 00시, 오랜만에 늦잠이다. 


토요일 아침, 일어나니 아침 7시다.

운동장을 뛸까, 헬스장에 갈까? 잠시 고민을 한다.

고민한다는 것이 7시 30분이 됐다. 

조바심이 나 운동복을 입고 집 앞에 헬스장을 갔다.

(주말 30분이 뭐라고, 나는 고민의 시간이 길어지면 조바심과 함께 죄책감을 느낀다.)

한 시간 반 동안 있는 힘을 다해 쇠를 들고, 사이클을 탔다. 

점심을 먹고 을지로3가를 갔다. 

요즘 산책하기 좋은 날씨라 주말마다 성수, 안국, 경복궁, 이태원, 홍대 등지를 갔는데, 

을지로3가에서 20대를 제일 많이 마주친 느낌이다.  

한 시간 가량 돌아다니다가, 카페에 가 쉴 겸, 당보충도 할 겸 케이크를 먹었다.

케이크를 먹고 반려인은 집으로, 나는 종각으로 향했다. 

내가 자주 가는 종각의 카페에 앉을 자리가 없다. 

주마다 이 시간 즈음에 이 카페를 오는데, 점점 사람들이 가득 차고 있음을 느낀다.

어제 늦게 잤는지, 저녁 9시부터 잠이 왔다.

곧 잠이 들었다.


일요일인 오늘, 나는 9시에 눈을 떴다. 

일어나자마자 차를 한 잔 마시고, 고구마를 삶고 김치찌개를 끓였다.

반려인과 아침 식사를 하고 나와 지금 카페에 있다. 

정오인데 벌써 카페 안은 사람들로 가득하다. 


지금 나의 상태는 가만히 누워 아무 것도 하지 않는 사람의 심정이다. 

대부분의 감정이 우울이다. 

이 우울은 조금씩 쌓이더니, 추운 겨울을 만나 빠른 속도로 커지고 있다. 

우울감은 애초에 해소할 수 있는 것이 아니어서, 

나에게 익숙하고, 내가 좋아하는 것들로 둘러쌓여 있으면서 이것들이 주는 안온한 환대에 기댄다. 

역시나 이곳은 좋군, 이곳 커피는 좋아, 역시 이 작가의 책은 좋아, 역시 이 자세를 하면 근육이 생기는 느낌이야 하면서.


좋아질 것이라는 기대는 애당초 하는게 좋다. 

내 상태를 좋아지게 할 것이 없기 떄문이다. 

그저 침대 아래로 꺼져버릴 것 같은 옴짝달싹하지 못한 상황까지는 가는 것을 막아야 한다. 


이 또한 지나갈 것이다. 제발 지나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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