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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ㅎㅇ Nov 21. 2021

주 6일, 득근을 위한 쇠 질 속으로 #3

데드리프트를 그렇게 하더니, 허리가 아플 수밖에

웨이트 6개월 차에 접어드니, 운동은 꾸준히 하는데 정체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이것저것 루틴을 바꿔보았다. 10월부터 주 5일은 웨이트를, 주 2일은 실외 달리기를 하기로 했다. 자기 전에 과자 먹는 습관도 버렸다. 과자 야식은 금연 일주일 차만큼 힘들었다. 퇴근하는 길에 편의점에 들러 과자 고르는 게 하루 중 내 선택이 100% 반영된 유일한 즐거움이었거늘. 이 생활을 약 한 달 정도 했더니, 근육이 1kg 늘었고, 체지방률이 1퍼센트 떨어졌다. 운동하고 처음으로 23퍼센트대에 진입했다. 조금만 익숙해져도 정체해버리는, 끊임없이 변화를 요구하는, 애간장을 녹이는 근육이란 얌시런 존재란.


  하여튼 득근득근 하는 기분이 좋아서 요 근래 한계에 도전하는 나 자신에 심취해 있었고, 이는 1RM 집착으로 이어졌다. 매일매일 데드리프트를 했고, 무게 올리는 데 집중했다. 혼자 무게 올리는 데 집중하는 나를 본 PT 선생님은 허리가 너무 휘었다며, 무게를 덜고 정확한 자세를 잡고 하는 데 집중하라고 조언해 주셨다. 내가 주기적으로 가는 마사지샵 원장님은 온몸이 뻣뻣하다며, 적당히 운동하라고 조언해 주셨다. 틈만 나면 쇠를 들고 있는 나를 적당히 하라는 눈빛을 보내는 친구들과 지인들의 염려를 들었을 때 적당히 해야 했거늘. 지난 금요일 출근 전 운동 때 기어이 허리를 삐끗했다.


  최근 2주째 미친 야근 중인데, 나는 이 야근 중에도 운동은 멈추지 않겠다며 이전과 똑같은 강도로 운동을 했다. 운동할 수 있는 시간은 대부분 출근 전 1시간 정도인데, 문제는 12시 즈음 집에 와서 겨우 씻고 잠이 들면 다음 날 아침에 몸이 천근만근. 기상 시각은 10분, 20분 늦어졌고, 그럼에도 운동을 갔고, 운동을 갔지만, 운동을 할 시간이 줄어드니 준비운동은 생략하고, 무게를 들어 올렸다. 쓰고 보니, 허리가 안 아프면 이상하네. 


  당장 데드리프트를 멈추고 허리에 무리가 가지 않는 어깨 운동을 시작했다.(지독하다 지독해) 회사에 도착해 소염진통제를 한 알 먹고 일을 하는데, 점점 기립근 주변에 묵직한 통증이 느껴지고, 허리를 굽히는 게 힘들어졌다. 퇴근하고 바로 정형외과를 갔다. 다행히 허리는 이상이 없어 물리치료를 받았는데, 물리치료사가 단단히 수축된 허리와 하체를 풀어 주시며 이렇게 햄스트링이 뻣뻣한데, 그렇게 운동하시다가 디스크 터진다며 군대에서 눈 쓸다가 디스크 터진 본인의 이야기를 해주며 적당히 하라고 충고…


  앞만 보고 돌진하다가 다치고 나서야 적당히 해야 했음을 깨닫는 나의 둔함과 미련스러움을 탓했다. 이어서 적당히 운동하는 것에 관해 생각해봤다. 그러다 돌연 부아가 났다.(하나만 하자 하나만…) 

" 많은 사람들이 적당히 하라고는 조언해 주는데, 
왜 적당히 하는 법이 뭔지는 안 알려 주는 건가?
어떻게 하는 게 적당히 하는 건지 모르겠는데, 어떻게 적당히 하란 것이냐?”


  적당하다는 매뉴얼이 있는 것도 아니고, 사람마다 역치가 다른지라 적당히란 기준이 사람마다 너무나도 다른 데 말이다. 하지만 내 주변 지인들 대다수가 적당히 하라고 했으니, 내가 부아가 난다고 '적당히' 무시할 없었다. 곰곰이 생각해본 끝에 내 나름의 적당히 한다는 기준을 세우기로 했다. 일단 허리디스크 같은 부상 없이 주 6일 지속해서 운동하는 것이 내가 정한 적당히 운동하는 것으로 설정했다. 부상 없이 운동하기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부상을 당한 원인을 되돌아봤다. 부상의 대다수는 과도한 운동이라기보다는 운동 전 스트레칭이 없었던 게 원인이었다. 내가 무리하고자 하면, 무리하기 위한 몸과 마음의 준비가 있어야 했는데, 마음은 벌써 준비가 아니라 달리고 있었고, 몸은 아예 준비도 안 하고 있었던 것. 


  이 미친 야근에도, 그런데도 운동을 하고 싶다고 해도 절대 준비운동을 빼지 말자고 다짐했다. 햄스트링 스트레칭은 운동 전, 후에는 무조건 하기로 했다. 내 마음의 쇠를 들 준비를 끝마쳤더라도, 준비운동을 하며 내 몸의 상태는 준비가 되었는지, 다시 한번 체크하기로 했다. 다행이다 싶다. 기립근 살짝 놀란 정도의 부상 아닌 부상으로, 내가 지속적으로 운동하기 위한 기준을 세웠으니. 적당히 살기 위해 해야 할 일이 나의 상태를 면밀히 점검하는 일이라는 사실에 괜한 허탈함이 들기도 한다. (역시 사는 것은 별 것 없다.) 여하튼, 이번 주말은 푹 쉬었으니, 내일은 준비운동에 집중해 열심히 쇠를 들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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