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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ㅎㅇ Jan 01. 2022

찡함과 빡침 사이에서 분투하는 K장녀 #3

60대의 엄마는 나도 처음이라

엄마의 나이 드는 과정은 새로운 발견투성이다. 사람이 가진 변하지 않는 고유의 본성은 있겠으나(아닐 수도 있고), 그 사람의 상태와 행동은 끊임없이 달라지고 있다는 걸 엄마를 통해 본다. 나는 그동안 강인했던 40대의 엄마와 서운함이 많아진 지금의 60대 엄마의 차이로 인해 혼란스러웠다. 그리고 지금, 내 혼란스러운 마음은 실은 40대의 엄마가 평생 내 엄마이길 바랐던 이기심에 의한 마음이란 걸 깨닫는다. 엄마는 40대일 수 없다. 엄마는 계속 나이를 먹을 것이다.  

  

  그래서 앞으로는 ‘우리 엄마 예전엔 안 그랬는데’라는 마음을 가지려 하지 않는다. 엄마의 변화를 그대로 받아들이고, 변화에 맞춰 대하려고 한다. 비단 엄마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을 대할 때도 상대방을 있는 그대로 보아주려 한다. 그대로 대해 주려 한다. 바라지 않으려 한다. 


  1월 1일 새해 아침에 오랜만에 엄마를 만났다. 거의 한 달 반 만에 본 것 같다. 엄마랑 볕이 드는 곳으로 동네 산책을 하다가 마들렌 가게를 발견했다. 엄마에게 마들렌 두 개와 마카롱을 사줬고, 좀 더 산책하다가 헤어졌다.


그랬더니 한 시간 뒤에 엄마에게 온 카톡


이런 맛 처음이란다. 너무 맛있단다. 분투하지 않고, 천진하게 빵 하나로 행복한 건 40대의 엄마에게서 볼 수 없었던 모습이다. 엄마가 60대가 되니 이렇게 귀여운 모습도 볼 수 있다. 다음엔 휘낭시에와 아몬드크림 크루아상도 사줘야겠다. 분명 엄마가 좋아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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