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ㅎㅇ Jan 09. 2022

다툼을 줄이기 위한 나와 반려인의 마음씀

마음은 마음으로 받아버리기

9년의 연애, 6년의 결혼 생활 하는 동안 나와 반려인이 가장 에너지를 들인 일은 다툼을 줄이기였다. 상대방의 모습에서 내가 원치 않은 행동을 보고 “저자는 왜 저럴까?”라는 마음이 들었을 때 다툼은 생겼으므로, 나는 내가 원하는, 내가 바라는 상대방의 모습이 아니어서 화가 나는 꼴을 만들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 이건 반려인도 마찬가지었을 것이다. 물건을 쓰면 제자리가 아닌 쓴 자리에 그대로 두는 정리라고는 모르는 나는 아침에 옷을 입어보고, 신발을 신어본 흔적을 그대로 두고 출근을 하는데, 퇴근해 집에 와 “우앙 우리 집에 또 도둑이 들었나 봐”라고 웃으며 정리하는 모습에서 반려인의 싸움을 피하려는 의지를 엿본다.


  며칠 전에 나의 정리정돈을 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고 반려인이 웃으며 “ㅎㅇ은 참 정리정돈을 안 하는 것 같아”라고 했다. 조심스런 투로 말이다. 만약 그간 그의 노력이 나에게 닿지 않았다면 나는 ‘뭐래 진짜’ 따위의 발끈한 마음이 먼저 들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동안 반려인이 나의 이 모습을 참아주기 위해 집안 정리정돈에 얼마나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여하는지 알기에 ‘아, 내가 좀 심한가?’라는 마음이 먼저 생기고, 나를 되돌아보게 되었다. 그렇게 나의 정리정돈 못 함을 되돌아보다가, 반려인이 어떤 일에 몰두하느라 식사 시간에도 이 일을 끝내기 위해 나를 기다리게 하거나 하는 모습을 못마땅하게 생각했던 나의 마음을 발견했다. 앞으로는 이 모습을 못마땅해 비난하지 않도록 노력하기로 했다. 


내가 일의 완결성을 중요시 생각하듯(그래서 정리를 못 한다고 변명한다) 오빠는 완벽성을 중요시하는 사람이겠지.
내가 조금 더 기다려주고, 식사 준비를 천천히 하자


  상대방의 행동 속에서 내 마음에 들지 않는 모습을 고치려 하는 행동을 먼저 하는 것 같다. 지적하고, 개선 방향을 말해주거나 말이다. 그런데 상대방에게 개선 방향을 말하지 않고 나 스스로가 그가 해주었으면 하는 행동과 마음으로 덮어 주는 것이 싸움을 덜 일으키고, 이후에 개선의 가능성을 높여주는 것 같다. 오랜 시간이 걸리겠지만 말이다. 하지만 우리는 서로를 개선하기 위해 가족이 된 것이 아니므로, 오늘도 못마땅한 마음을 내 마음으로 덮고, 부족한 부분을 서로 채워주며 오손도손 살고 싶다. 

작가의 이전글 찡함과 빡침 사이에서 분투하는 K장녀 #3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