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은 마음으로 받아버리기
9년의 연애, 6년의 결혼 생활 하는 동안 나와 반려인이 가장 에너지를 들인 일은 다툼을 줄이기였다. 상대방의 모습에서 내가 원치 않은 행동을 보고 “저자는 왜 저럴까?”라는 마음이 들었을 때 다툼은 생겼으므로, 나는 내가 원하는, 내가 바라는 상대방의 모습이 아니어서 화가 나는 꼴을 만들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 이건 반려인도 마찬가지었을 것이다. 물건을 쓰면 제자리가 아닌 쓴 자리에 그대로 두는 정리라고는 모르는 나는 아침에 옷을 입어보고, 신발을 신어본 흔적을 그대로 두고 출근을 하는데, 퇴근해 집에 와 “우앙 우리 집에 또 도둑이 들었나 봐”라고 웃으며 정리하는 모습에서 반려인의 싸움을 피하려는 의지를 엿본다.
며칠 전에 나의 정리정돈을 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고 반려인이 웃으며 “ㅎㅇ은 참 정리정돈을 안 하는 것 같아”라고 했다. 조심스런 투로 말이다. 만약 그간 그의 노력이 나에게 닿지 않았다면 나는 ‘뭐래 진짜’ 따위의 발끈한 마음이 먼저 들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동안 반려인이 나의 이 모습을 참아주기 위해 집안 정리정돈에 얼마나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여하는지 알기에 ‘아, 내가 좀 심한가?’라는 마음이 먼저 생기고, 나를 되돌아보게 되었다. 그렇게 나의 정리정돈 못 함을 되돌아보다가, 반려인이 어떤 일에 몰두하느라 식사 시간에도 이 일을 끝내기 위해 나를 기다리게 하거나 하는 모습을 못마땅하게 생각했던 나의 마음을 발견했다. 앞으로는 이 모습을 못마땅해 비난하지 않도록 노력하기로 했다.
내가 일의 완결성을 중요시 생각하듯(그래서 정리를 못 한다고 변명한다) 오빠는 완벽성을 중요시하는 사람이겠지.
내가 조금 더 기다려주고, 식사 준비를 천천히 하자
상대방의 행동 속에서 내 마음에 들지 않는 모습을 고치려 하는 행동을 먼저 하는 것 같다. 지적하고, 개선 방향을 말해주거나 말이다. 그런데 상대방에게 개선 방향을 말하지 않고 나 스스로가 그가 해주었으면 하는 행동과 마음으로 덮어 주는 것이 싸움을 덜 일으키고, 이후에 개선의 가능성을 높여주는 것 같다. 오랜 시간이 걸리겠지만 말이다. 하지만 우리는 서로를 개선하기 위해 가족이 된 것이 아니므로, 오늘도 못마땅한 마음을 내 마음으로 덮고, 부족한 부분을 서로 채워주며 오손도손 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