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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ㅎㅇ Feb 28. 2022

고양이와 함께 살기를 시작하다

고양이와 함께 살기 위한 일 년 간의 준비


지난달 1월 18일부터 고양이와 함께 살고 있다. 함께 살기 위한 준비는 1년 정도 했고, 동물보호단체와 포인핸즈 앱을 통해 틈틈이 고양이를 보고 있었다. 가급적 단체를 통해 입양하고 싶었다. 대부분의 개인 구조자가 좋은 취지로 아이들을 구조하고, 입양을 홍보하지만 내 정보 처리에 신뢰가 가지 않았고, 타인이 내 집에 방문하는 데 부담을 느꼈기 때문이다. 


  인연은 따로 있는 건지, 주말 아침에 우연히 들어간 고양이 커뮤니티에서 공장에서 위태롭게 살고 있는 아기 고양이 육 남매를 구조한 사연을 읽게 되었다. 구조자가 일하는 공장 근처에 버려진 고양이가 낳은 고양이가 점점 성장하고, 근처를 돌아다니며 사고를 치자 그 주변 사람들의 원성을 듣게 되었다. 쥐덫을 놓아 잡겠다는 등의 육 남매에게 위협을 가한다는 이야기를 듣게 됐고, 그간 밥을 챙겨주고 있던 구조자는 고민 끝에 아이들을 구조했다. 구조자 본인도 강아지 4마리를 구조하고, 입양했기에 임시로 본인의 거처를 내줘 입양 홍보를 하고 있었다. 

  홀린 듯이 구조자에게 문자를 보냈고, 입양을 결정하기 전에 고양이들을 한 번 봐도 되냐는 말에 “평생 책임질 가족을 맞을 일인데, 당연히 가능하다”라는 회신을 받았다. 의정부 경전철을 타고 동네에 도착한 우리는 영하 13도의 날씨와 칼바람을 뚫고 오피스텔에 도착했다. 다섯 평 남짓한 공간에 아이들이 있었고, 그중 그랑이라는 회색 태비 고양이가 눈에 들어왔다. 일 년 간 입양을 준비했음에도 고양이와 함께 살아본 적 없는 탓에 고민하는 우리에게 구조자는 입양 전제 임보를 제안했다. 그리고 이틀 뒤에 그랑이가 우리 집에 왔다. 


다들 쉽게 입양하고, 키우는 모습도 자연스러운 것 같은데 왜 나는 모든 것이 어려운지 


우연히 강아지를 임시 보호하며 가족을 찾아주는 일을 경험하고, 동물에 관심 없던 내가 동물들의 좀 더 나은 삶에 관해 고민하게 되었다. 그러면서 생각한 행동이 유기동물 입양이었다. 하지만 들인 노력 대비 아웃풋이 없는 이 행동이 왜 하려는지 끊임없이 자문했다. 입양 후 진심을 고하자면, 그랑이가 와서도 이 고민으로 힘들었다. “이 목적 없는, 아웃풋 없는 반려 생활이란 비효율의 끝의 일을 왜 선택할까?” “왜 사서 고생할까?” 라며 자문했고, 순간순간 내 결정을 후회하기도 했다. 후회한다고, 입양 포기할까 생각하니 이건 더 못할 짓이었다. 유독 사람 손을 안 타 가장 늦게 구조돼 감기로 고생했던 아이가 이불 위에서 편히 자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이 아이를 내가 어디로 보내냔 말이다. 

호야는 우리 집에 온 둘째 날까지 이불 안에서 잠만 잔 것 같다. 

  입양 결정일이 다다르자 나의 스트레스는 극도에 달았고, 반려인에게 털어놓았다. 반려인은 너무나 잘 알 듯이 “입양하자니 부담스럽고, 보내기는 힘든 거지?, 근데 뭐 어때? 우리가 나중에 어떻게 될지 모르지만 일단 해보자” 라며 조금 부담을 덜어내라고 말해주었다. 이 말이 나에겐 큰 힘이 되었다. 책임감과 성실함, 그리고 끈기 하나는 자신 있는 나는 일단 꾸준히 돌보는 건 자신 있다. 일단 해보자는 움직임이 발동한다면 말이다. 반려인이 내 움직임의 동력을 불어넣어 줬고, 우리는 그랑이와 함께 하기로 했다. 


호랑이의 해에 왔으니, 호야


세 자매 중에 가장 덩치가 크고 사냥놀이를 좋아하는 아이의 이름에 딱 맞는 이름을 지어주고 싶었다. 백호, 호야가 최종 후보였는데, 좀 더 부르기 쉬운 호야로 결정했다. 호야는 경계심이 제일 심했는데, 구조자에 말에 따르면 우리가 방문한 그날 이후로 손을 타기 시작하더니 순화가 됐다며, 인연이 있나 싶다고 했다. 


정말 아이 낳을 생각이 없는 거야?


내가 고양이와 함께 살고 있는 걸 가장 늦게 알린 사람은 엄마와 여동생이다. 그들의 반응이 어느 정도 예상이 되었기 때문에, 역시나 슬픈 예감은 틀린 적이 없다는 이야기. 고양이를 입양했다는 얘길 하자 별안간 나의 출산으로 관심이 쏟아졌다. 

정말 아이 생각은 없는 거야?
나중에 죽기 전에 내 자식이 없다면 외롭지 않을까?
 그래도 한 명을 낳았으면 좋겠는데…

  나와 반려인은 결혼 전제 조건이 딩크였던 것도 아니고(7년째 살다 보니 아이를 낳지 않은 방향으로 기울긴 했지만) 만약 아이를 갖게 될지라도 이와 동시에 고양이를 포기하는 건 옵션에 없었다. 내 주변에는 아이를 낳고도 반려동물과 함께 살고 있는 사람들이 많았는데, 그들 대부분 임신을 하자마자 “그럼 네가 키우는 동물은 다른 데로 보낼 거지?”라는 질문은 양가 한쪽에서라도 들었다고 한다. 


이 지점이 진짜 엿 같은 게 답하는 사람은 난데 정작 질문받는 나의 상황이나 의견이 전혀 고려되지 않는다. 일단 제도라는 잣대가 들이대지고, 누구도 피해를 가하지 않은 내가 그 제도권 안에 들어가지 않았다는 이유로 잘못된 사람으로 재단된다.


여차저차 고양이와의 생활이 시작되었다.


내 인생에서 결혼 이후로 두 번째로 선택한, 이번엔 인간이 아닌 다른 생명체와 함께 살기. 생각해보면 나는 결혼 초에는 함께 사는 집에 들어가는 것도 서먹했고, 한 침대 안에서 함께 가는 것도 불편해 잠을 못 이뤘던 것 같다. 익숙하지 않은 건 불편한 거니까. 내가 입양을 고민하며 친구에게 "나 잘할 수 있을까?"라고 물었을 때 친구의 "잘 못할 거야. 처음이잖아, 그냥 하는 거지"라는 말이 큰 힘이 됐다. 작은 고양이의 예상치 않은 행동에 당황할 때마다 처음이니까~ 하고 털어버리려 한다, 행동 하나하나에 마음 쓰고, 죄책감 갖지 말아야지. 


현재 우리 셋은 서로에게 맞춰가는 과정에 있다고 생각한다. 새벽 4시면 우리를 깨우던 호야는 기특하게도 출근 시간인 오전 6~7시로 깨우는 시간을 늦추고 있다. 나와 반려인은 주중에 되도록 집에서 저녁을 먹으려 하고 있고, 주말에도 오후 7시 전에는 집에 들어가려고 한다. 


 마지막으로 '귀여움'이라는 게 얼마나 강력한 것인지, '고양이를 주제로 한 대화'는 얼마나 사람을 몽글몽글하게 하는지 알게 된 요즘이다. 정말 너무... 귀엽다.  

호야 볼 때마다 심쿵심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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