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니크한 세 멤버(어머니와 아들 둘) 7박 8일 크루즈 여행
배 위의 첫 아침을 조식 룸 서비스와 함께 맞는다. 전날 저녁에 뷔페 메뉴 중 아침에 가져다 주기 원하는 것들을 방에 비치되어 있는 신청서에 체크하고 문 앞에 놓으면, 원하는 시간에 그 음식들을 가져다준다. 역시 땡큐다. 조식은 객실에서 해결한다. 나중에 알게 된 정보인데, 크루즈선에는 승객 2인당 1명 꼴의 크루들이 탑승한다고 한다. 그래서 승객들은 원하는 서비스를 무엇이든 받을 수 있다. 어느 광고의 문구처럼, '생각대로 하면 된다'가 현실이 된다.
잠시 배 구경을 하러 다니다가 재미있는 '센스 아이템’ 발견! 엘리베이터를 타려고 바닥을 보니 발판 카펫에 선데이(Sunday)라고 쓰여있다. 오늘은 일요일이니까. 그러면 어제는 토요일이라고 쓰여 있었나? 내일 보면 알겠지? 무심코 지나치는 엘리베이터 바닥이 그렇게 말을 걸어왔고, 이제 그 바닥은 우리의 관심의 대상이 되었다. 이런 센스 너무 좋다. 아무렇치도 않은 것을 '아무렇게' 만드는 것. 그것도 대단하지 않은 방법으로 말이다. 내가 항상 얘기하는 보이는 사람들에게만 보이는 디테일이다. Thanks, It’s Sunday!
점심은 9층 다이브 인(Dive In)이라는 햄버거집을 이용한다. 크루즈 안에서는 어디나 가서 음식을 달라고 하면 준다. 올 프리! 대식가들에게는 천국이 아니겠는가? 가장 미국적인 음식인 핫도그, 햄버거와 감자튀김을 주는데, 역시 맛있다. 미국에서 먹는 햄버거는 참 맛있다. 우리나라에서 먹는 설렁탕이 맛있는 것과 같은 이치겠지. 9층 수영장 옆 바에서 발견한 의자인데 나름 센스 있어서 찍어본다. 바다 위에서 이런 의자를 보니 맥락이 맞아 눈에 들어왔나 보다.
일요일 디너는 갈라 디너로 진행된다. 어차피 단벌 신사지만 그래도 신경 써서 가능한 범위 내에서 단정히 하고 디너 정찬을 한다. 에스까르고가 스타터로 서빙되었다. 야호~ 어제 토요일에 시애틀항을 출발한 배는 오늘 밤을 지나 2박 3일을 하염없이 달려 내일(월요일) 아침에 첫 번째 기착지 주노(Juneau)에 도착할 예정이다. 그러다 보니, 오늘 하루는 온종일 배에서 보낸다. 배에서 우리의 생활 패턴은 대체로 이렇다. 6층 객실에서 자고 쉬고, 3층 레스토랑에서 먹고, 9층에서 수영, 핫텁, 탁구, 간식 등 여가시간을 보낸다. 그러니까 3-6-9 시스템이다. 여기에도 우연히 '3의 법칙'이 나온다. 우연일까, 의도일까?
하루 종일 배에 있는 날이므로, 우리의 크루즈 유로담에 대해 간단히 얘기해본다. 배의 디멘션은 구글링 해보시고, 내가 느낀 특징들을 이야기한다. 이 배는 총 11층이고 앞뒤는 엄청 길다. 각 층에는 특별한 이름이 있다. 예를 들어 우리가 있는 6층은 Upper Veranda라는 명칭이 있다. 그렇다면 5층은? 그렇다. 그냥 Veranda다. 4층은 Upper Prominent고 3층은 말 안 해도 그거다. 그러면 9층! 우리의 모든 것이 있는 9층의 이름은 Lido다. 그래서 9층 뷔페식당은 Lido Market이다.
각 층 이름이 있는 것이 인상적인 것은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릴 때이다. 내가 내릴 층에서 문이 열리면 각 층의 명칭이 스피커에서 나오는데 자꾸 듣다 보니 이거 아주 중독성이 있다. 그래서 내리면서 층 명칭이 스피커에서 나오면 함께 따라 부르며 내린다. 기계음의 독특한 억양과 사운드가 아주 인상적이다. 6층 객실로 갈 때에 문이 열리면 합창이 시작된다. "업퍼 베란다아~".
합창을 하고 방으로 돌아오니, 마치 우렁각시가 다녀간 듯 객실 정비가 취침 모드로 잘 정리되어있다. 우리가 저녁 식사하는 동안 취침 준비를 쓱싹 해주고 나간 것이다. 이렇게 기특할 수가 있나. 기특한 것만으로도 칭찬할 만한데 게다가 하루를 유쾌하게 마무리해주는 센스 서비스가 기다리고 있다.
침대 위에 아기 코끼리가 한 마리가 귀엽게 놀고 있다. 수건을 이렇게 접어서 침대 위에 놓고 간 것이다. 아! 이런 센스쟁이들. 이렇게 배안의 하루를 웃으며 마감한다. 오늘 밤새 달리면 배는 내일 오전에 알래스카의 캐피털 주노 시에 도착할 것이다. 나는 지금까지 알래스카주의 주도가 앵커리지인 줄 알고 있었다. 아 무식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