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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기 저기 May 29. 2021

알래스카 크루즈 여행 - 3. 주노

유니크한 세 멤버(어머니와 아들 둘) 7박 8일 크루즈 여행

DAY 03 Juneau

바뀌었나? 그렇지 월요일이다. 며칠 지나면서 알게 된 것이 있다. 크루즈를 타고 바다 위 제한된 공간에서 아무 신경 쓸 것 없이 마음대로 먹고 쉬고 있다 보면 날짜나 시간 감각이 둔해진다. 그래서 엘리베이터 바닥이 전해주는 요일 정보는 굉장히 유익하다. 시간이 가고 있다는 것을 확실하게 상기시켜 준다. 새벽에 교체해 놓았을 크루에게 속으로 땡큐를 전하며 하루를 시작한다.


주노항으로 배가 서서히 들어가니 배의 양옆으로는 육지가 보이기 시작한다. 2박 3일 만에 가까이서 육지를 본다. 드디어 우리의 유로담은 주노항에 안착한다. 오늘 주노 앞바다는 무척 잔잔하다. 그런 가운데 여러 배들과 수상비행기들의 이착륙으로 활기차다. 역사적인 첫 번째 하선이다. 시애틀을 떠난 지 무려 2박 3일 만에 땅을 밟아본다. 심리 상태가 마도로스와 공감 백 프로 상태가 된다.

크루즈의 첫 기항지, 주노항


주노 항의 모습은 이렇다. 알래스카주의 주도 치고는 너무 소박하다. 줄이 길게 있는 저 크랩 식당은 이 동네 맛집인 것 같다. 우리는 서틀버스를 타고 약 20분 정도 떨어진 빙하를 보러 갈 예정이다. 버스 찾아 삼만리. 여기저기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버스들이 무척 많다. 관광지 분위기가 물씬하다. 각 버스들은 예약제로 운영된다. 예약해 놓은 사람들만 탈 수 있는 듯하다. 우리는 이번 여행의 ‘이서진’ 역할 동생이 미리 예약을 해놓았으므로 쉽게 빙하행 버스를 이용한다.


평화로운 주노항 풍경. 이 소박한 시골 도시가 알래스카의 주도라는 것이 놀랍다.


호수 같이 고요한 물 건너편에 보이는 스키장 슬로프 같은 것이 빙하다. 빙하는 명칭이 있는데 이 녀석의 이름이 멘델홀 빙하(Mendenhall Glacier)라고 한다. 얼핏 봐서는 산세도 그러하고 마치 용평스키장 슬로프 같다. 가까이 가서 빙하에 올라가 보지 않으면 대단히 큰 감응을 느끼기에는 부족하다. 어려서부터 TV에서 보던 대자연의 경이로서의 ‘빙하’라고 하기에는 뭔가 임팩트가 부족했다. 우측에는 폭포가 있다. 사람들이 약 40분 정도 걸어 다녀오지만, 우리는 멀리서 보는 것으로 만족한다. 폭포는 한국에도 많다.

멘델홀 빙하와 호수


전망 좋은 곳에는 항상 비지터스센터가 있다. 그곳에는 실내 전망대와 뮤지엄, 오디토리움 그리고 기프트샵이 있다. 이건 미국 어디 가나 국화빵처럼 똑같다. 미국은 카피 앤 페이스트의 나라니까. 맥도널드의 나라 미국임을 잊지 말자. 센터 안에는 얼음 조각이 놓여 있고, 방문객들이 마음대로 만져볼 수 있다. 잠시 만져 본 이 얼음이 무려 200년 된 얼음이란다. 헐. 엄청 추울 것이라고 잔뜩 겁먹고 찾아간 알래스카는 여름이라 춥지 않고 청량하고 시원한 날씨였다. 반팔티에 플리스 잠바 정도면 기분 좋게 다닐 수 있다.

좌)비지니스 센터에서 바라 본 멘델홀 빙하, 우) 방문객들이 만져 볼 수 있게 전시해 놓은 200년 된 빙하 조각


주노 항의 인상은 산토리니항 같았다. 깎아지른 절벽 바로 밑에 항구가 있어서 그랬나 보다. 소담하고 이쁜 미국의 시골 풍경이 펼쳐지는 곳이다. 번잡한 항구도시를 벗어나 언덕을 조금 올라가면 보이는 성조기가 펄럭이는 저곳이 알래스카 주정부 건물이다. 사진 왼쪽 누런 유리 건물은 주법원이다. 입구에 회색 대리석 기둥 4개가 인상적이었다. 입담 좋은 셔틀버스 운전사 아저씨의 너스레에 의하면 미국 주청사 중 가장 못생긴 청사라고 한다. 관광버스 기사님들의 입담 능력은 세계 공통인가 보다.


주 정부 청사가 그다지 볼품은 없지만, 앞에 있는 동상은 큰 의미가 있다. 이 분이 알래스카를 러시아로부터 사들인 인물이란다. 웟 어 딜! 재정이 어려운 러시아로부터 당시 7.2 밀리언 달러를 주고 이 땅을 사들였다. 물론 그 당시에는 큰돈이었겠지만, 지금 알래스카의 여러 가치를 생각한다면, 저 아저씨는 정말 엄청난 거래를 한 것이다. 러시아는 지금 땅을 치고... 그래서 계약 시 도장은 심사숙고하고 찍어야 한다. 청사에서 내려오는 길에 보이는 주노 사람들 사는 모습은 보통 미국 시골 마을의 정취이다.

주노의 다운타운 모습과 정박중인  유로담의 당당한 모습


주노항에는 깎아지른 산을 오르는 케이블카가 있다. 30여 달러를 지불하고 오르면 주노항을 산 위에서 내려다볼 수 있다. 여기서 보면 엄청난 크기의 크루즈 선들도 장난감 배처럼 귀엽다. 전체적인 산세와 경관은 살짝~ 강원도 느낌이다. 산세가 둥그러서 그런 모양이다. 나무에 미국을 상징하는 흰머리 독수리들이 앉아있다. TV에서만 보다가 실제로 보니 신기하다. 정상에 올라가니 어김없이 기프트샵과 영상 상영이 있다. 국화빵 시스템! 원주민 인디언들의 역사와 문화에 대해 이야기한다.

주노항 케이블카


저녁식사도 5시 30분 더 다이닝 룸에 예약 후 이런 맛난 요리를 먹었다. 괜찮다. 콜라 생각과 김치 생각이 전혀 나지 않는 것을 보면 음식이 담백하고 좋은 재료로 잘 만들었다는 것이다.


하루를 마치고 돌아오니 오늘은 물개 타월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아! 이 사람들 센스를 어쩔 건가 정말. 너무 귀엽고 정겹다. 밤 11시가 넘은 시간에도 주노의 밤은 어둡지 않다. 말로만 듣던 백야인가 보다. 위도가 북쪽이라 대낮처럼 환하지는 않지만 자정이 다 되어가는 시간이 한국 저녁 7시 30분쯤의 느낌이다. 신기하다. 주노 사람들에게 암막 커튼은 필수 아이템이겠다. 주노 항에는 우리가 탄 유로담 말고도 서너 대의 배들이 정박하고 있다. 앞에 우리보다 작은 크루즈선이 보인다. 배들이 차례대로 항구를 떠난다. 저 작은 크루즈가 움직이고 시간이 지나니 우리 배가 마지막으로 주노를 떠난다. 또 항해는 계속된다.

오늘은 물개가 '굿 나잇'을 전한다. 자정이 가까운 시간이 비 오는 날 오후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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