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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기 저기 May 29. 2021

알래스카 크루즈 여행 - 4. 빙하

유니크한 세 멤버(어머니와 아들 둘) 7박 8일 크루즈 여행

DAY 4 Glacier Bay National Park


이제 우리에게는 이 엘리베이터 카펫이 달력이요 비서다. 유일하게 시간 감각을 되살려 준다. 오늘은 대망의 빙하지역 투어 날이다. 하루 종일 배에서 빙하지역을 보는 날이다. 하선은 없다. 크루즈 기간 중 가장 북단으로 올라가는 날이다. 사실, 오늘이 크루즈의 하이라이트다. 이 크루즈는 결국은 빙하 국립공원을 보려고 오는 것이다. 조식은 우리의 전용식당 더 다이닝룸에서 요것 저것 먹는다. 일본식 조식 벤또가 특이했던 날이다.


식사 후 프로모네이드(Promonade)라는 멋진 명칭으로 불리는 3층 데크로 가서 배 둘레 트랙을 워킹했다. 이 곳은 선내 가장자리를 한 바퀴 돌 수 있는 데크가 있다. 3바퀴 돌면 1마일 정도란다. 많은 사람들이 데크를 돈다. 바다를 보며 운동하는 기분이 삼삼하다. 나중에 사전 찾아 알게 된 사실인데 이 단어는 산책이라는 뜻도 가진 말이었다. 이제 슬슬 여름인데도 눈이 덮인 설산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3층 데크를 도보로 걸으며 운동과 산책을 겸한다.

조깅 후 11층 전망 방 앞에 앉아 빙하를 향하는 여정을 지켜본다. 우리가 있는 이곳은 Glacier Bay National Park이다. 빙하들이 바다로 흘러들어오는 만 깊숙이 들어왔다. 곳곳에 녹아서 바닥이 드러난 빙하 흔적들이 보인다. 바다 위에는 유빙들이 떠 다닌다. 이 정도 되니 진짜 빙하를 만난 것 같은 흥분이 시작된다. 이건 리얼이다.

하이라이트의 순간! 최북단 빙하 앞에 다다르면 배는 아주 천천히 제자리에서 360도 돌며 승객들에게 빙하를 경험할 시간을 제공한다.


막다른 지점에 다다른 배는 한참이나 서서 돌며 빙하를 만나게 해 준다. 거대한 빙하를 보며 대자연에게 경의를 표한다. 사실 우리가 있는 이곳도 예전에는 빙하 어름 지역이었지만 지금은 녹아서 바다가 되어 있는 것이다. 눈앞에 보이는 지역이 캐나다와 미국 국경지역이다.

빙하를 만난 승객들은 갑판에 나와 있다. 조금이라도 더 가까이서 보고 싶고 유리를 통해서가 아닌 직접 눈과 마주치고 싶어서 나왔을 것이다. 나도 그랬으니까. 수면 위 유빙은 새들의 차지다. 나는 새들이 유빙에 모여 앉아 쉰다.

오늘은 종일 배에 머물며 빙하를 보는 날이었다. 실컷 빙하를 보고 사진 찍고 하다 보니 그렇게 하루가 갔다. 저녁 식사하러 가는 길에는 갤러리 공간도 있다. 크루즈 선에는 화가, 사진가, 마술사, 연주자 등 문화 관련인들이 탑승한다. 그들은 연주회, 전시회, 쇼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그러니까 크루즈 기간 동안 찾아가는 문화체험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생각보다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했고, 많은 사람들이 관심 있는 분야에 참여하고 있었다.


한국 사람이 매일 서양 음식을 먹다 보니 지겨울 만도 한데 아직은 괜찮다. 석식 후 돌아오니 오늘은 문어 한 마리가 우리를 즐겁게 해 준다. 이 서비스가 시그니처가 되었다. 하루를 마친다. 오늘은 빙하의 날이었다. 인생에서 지구 최북단으로 올라와 본 역사적인 날이다. 언제 또 빙하를 보러 올 일이 있을까? 아직 안 본 것들도 많으니...

좌) 선내 미술 전시장, 우) 즐거운 타월 아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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