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여기 저기 Jun 06. 2021

알래스카 크루즈 여행 - 7. 밴쿠버 BC

유니크한 세 멤버(어머니와 아들 둘) 7박 8일 크루즈 여행

DAY 7 Vancouber, BC

크루즈는 케치칸을 떠나 밤새 빠른 속도로 캐나다 밴쿠버항을 향해 남하한다. 슬슬 본토 쪽으로 남하하자  휴대폰은 몇 시간에 한 번씩 터졌다 죽었다를 반복하고 있다. 잇츠 프라이데이 모닝. 아침에 눈뜨니 TV에 윔블던 테니스 남자부 준결승 경기가 중계중이다. 세계 랭킹 2, 3위 페더러와 나달의 대결! 페더러가 나달에게는 강하다. 오늘 게임도 역시 페더러의 강한 서브와 송곳 같은 리턴이 빛을 발한다. 페더러가 3-1 승리로 마무리한다. 눈 뜨자마자 침대에 누워 스포츠 중계를 보는 이 신선 같은 느낌이란... 나쁘지 않다. 뭐 딱히 할 일도 없지 않은가! 하하하.

좌) 너무 친근한 일력 카페트, 우) 선상 망중한 스포츠 관람


조식 후 3층 프로모네이드를 걸었다. 3바퀴가 1마일 거리이고 우리는 약 5바퀴 정도를 걸었다. 기분 좋은 산책길이다. 오늘도 많은 사람들이 나와서 걷고 있다. 오후가 되니 날이 개이면서 멀리 캐나다 땅 빅토리아섬이 보이기 시작한다. 육지가 멀지 않았다. 날이 맑아지면서 배와 육지 사이에는 큰 무지개가 걸렸다. 육안보다도 사진에 더 선명하게 잡혔다. 멋지다. 회색 날씨가 파란색으로 변해가는 오후 즈음 9층 리도 데크 탁구장에는 특별 이벤트로 선내 토너먼트 탁구대회가 열렸다. 우리 일행 3명도 선수 등록을 하고 추억 만들기용 우정 참가를 했다. 서양 아줌마, 할아버지, 아이들 등과 시합을 했다. 가끔 나타나는 이상한 실력자 서양 아저씨들이 있어 우승은 힘들었다. 그냥 즐기는데 의미가 있었다. 키가 190cm 넘어 보이는 키다리 백인 아저씨가 우승했다. 서양 할아버지와 할머니들이 어머니 탁구 실력과 나이를 듣고는 눈이 동그래지며 혀를 내둘렀다.

좌) 3층 프로모네이드 산책 운동 데크, 중) 캐나다 빅토리아 섬과 배 사이에 걸린 무지개, 우) 선상 탁구 대회


마지막 디너 날이다. 오후 5시 15분에 빠른 저녁 예약을 한터라 점심도 롤스시 몇 개 간단히 먹고 기다렸다. 이 맛있는 만찬도 오늘이 마지막이다. 7일간 얼마 어치를 먹었을까? 본전은 뽑았을까? 마지막 메뉴는 데이 스페셜이 아닌 어베이러블 데일리 메뉴 중 뉴욕 스트립 로인 스테이크를 주문했다. 역시 한국사람은 고기다. 땅이 큰 미국은 스테이크도 크다. 땡큐다. 오랜만에 맛있게 스테이크 접시를 비웠다. 아주 성공적인 저녁식사로 마무리했다.


저녁 식사를 하는 동안 우리 유로담은 빅토리아항에 정박을 마쳤다. 밤 11시 30분까지 하선 가능하다. 이른 저녁식사 후 우리는 캐나다의 서쪽 미항 빅토리아 비씨를 산책하러 나선다. 배 밖으로 나오자 바람이 엄청나게 분다. 캐나다 입국 환영 메시지가 큼직하게 있는 저 문을 나서면 캐나다다. 배에서 입국신고를 미리 하기는 했지만, 입국하는데 뭔가를 체크하는 과정이 하나도 없다. 야차 같은 표정으로 거들먹거리는 미국 이민국 하고는 180도 다르다. 캐나다는 항상 편안하고 느슨하다.

2016년에 이어 3년 만에 다시 찾은 빅토리아는 여전히 평온하고 아름답다. 지금 7월이 이곳 빅토리아의 황금시즌이다. 형형색색 아름다운 꽃이 만발하다. 재미있는 것은 여기는 꽃도 이들의 덩치만큼이나 크다는 거다. 야생화가 해바라기만 하다. 크다 커, 뭐든 크다. 노을빛에 황금빛 코팅된 미항을 바라보며 길 턱에 걸터앉아 옛날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은 평화롭고 즐겁다. 어디든 휴대폰으로 찍으면 ‘관광 엽서’가 된다. 아름다운 곳이다.

아름다운 벤쿠버 빅토리아항


산책을 마치고 돌아온 항구에는 어마어마한 크루즈선 3대가 정박하고 있다. 맨 오른쪽 블랙 컬러 배가 우리의 집인 유로담이다. 가운데가 루비 프린세스호인데 출발부터 도착까지 유로담과 같은 여정이었다. 탑승인원 3,782명 승객 탑승이 가능한 크루가 1.200명 어마어마한 규모의 선박이다. 대단하다. 맨 오른쪽 배는 더더욱 흥미로운 모습이었다. 이름은 노르웨지언 조이인데 선미의 배 그래픽 디자인이 아주 중국스럽다. 붉은색에 봉황과 꽃문양 등 디자인 패턴이 무척 중국스러웠다. 깃발은 노르웨이를 달고 있다. 아마도 중국자본이 관련된 회사 거나 중국시장을 겨냥하지 않았나 싶다. 그렇지 않고서는 저런 그래픽 데코레이션 감성이 노르웨이에서 나오기 쉽지 않을 것 같다. 저 배의 탑승 인원은 무려 3,900명이다. 4,000에 육박하는 승객들과 2,000에 가까운 크루들을 태우고 다닌다. 정말 어마어마하다. 배의 맨 꼭대기에는 에버랜드 물놀이 공원에 있을 법한 워터 슬라이드가 있다. 배 위에 워터파크가 있다니 헐. 대박이다. 애들 있는 집은 저 배를 이용하시도록 추천한다. 물론 우리 감성은 아니다. 우린 유로담파다.


오늘의 타월 아트 서비스는 크랩이다. 한 장으로 심플하게 만들었다. 마지막은 소박하게... 빅토리아항 야경이 보인다. 마지막 저녁이라 시원한 9층 선미 데크에서 피자와 샌드위치를 환타와 먹었다. 그 어마 무시한 중국 스타일 배가 항구를 떠나 바다로 나가고 있었다. 이렇게 차분하게 대망의 알래스카 크루즈의 마지막 밤이 지나간다. 여행이란 것이 그렇다. 익숙해지기 시작하면 그것은 끝날 때가 되었다는 것이다. 선상 생활이 자연스러워지니 내릴 시간이 다가온 거다. 이렇게 마지막 밤이 가고 있다.

눈부시게 아름다운 캐나다 벤쿠버 빅토리아항의 야경



작가의 이전글 알래스카 크루즈 여행 - 6. 케치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