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니크한 세 멤버(어머니와 아들 둘) 7박 8일 크루즈 여행
아침에 일어나니 배는 정확히 일주일 전 출발 때 그 자리에 똑 같이 와서 서있다. 데자뷔다! 마치 시간을 이어 붙여 편집한 듯한 느낌이다. 눈을 뜨니 그 자리... 아 꿈을 꾼 건가~ 이제 항해가 끝났나 보다. 다시 시애틀이다.
지금까지 맞추지 못한 퍼즐 조각 토요일 카펫이 완성되었다. 타면서 몰랐던 존재를 내리면서는 아주 인상 깊게 보고 내린다. 겪어보지 않으면 결코 알 수 없는 것들이다. 우리 인생이 그렇지. 경험해봐야만 아는 것들이 많다. 그리고 그것이 진짜다. 지난 한 주간 매일 바뀌는 시계처럼 즐거웠다. 그러니까 이 카펫은 시침 분침이 아니라 일침이었다. "즐거웠다 카페트야" 이렇게 마지막 인사를 하며 문득 머리를 스치는 생각이 하나 있었다. 2천 명 승객들 중 이 카페트의 존재를 아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다들 알고 계신 걸까? 설문지라도 돌려보고 싶을 정도로 갑자기 무척 궁금해졌다.
페어웰 아침식사는 쌀죽을 주문했다. 조식메뉴는 약 20가지 정도 있고 입맛대로 고르면 된다. 좀 짰다. 이 친구들 양식 메뉴들은 엄청 맛있게 하는데, 아시안 음식은 대체로 모두 짜다. 미소 수프도 짜고, 죽도 짜다. 아! 왜 이렇게 간을 못 맞추나 싶다. 자기들 음식이 아니니 민감한 간 보기 센스가 떨어지나 보다.
이제 짐도 다 챙겼으니 배에서 나가자. 2,000명 정도의 승객이 배에서 짐을 들고나가는 일은 생각보다 간단치 않다. 배의 통로들은 매우 좁다. 주로 시니어인 승객들이 그런 비좁은 공간을 빠져나가는 것은 꽤나 많은 준비를 필요로 한다. 그래서 미리 며칠 전부터 선내에서 희망 하선 시간을 받아, 승객들의 하선 순서를 나눈다. 그리고 차례 별로 컬러를 부여한다. 선내 방송으로 ‘퍼플 나오시오’ 하면 가방에 보라색 태그를 붙인 그룹이 하선장소로 나가면 된다. 우리는 맨 마지막 하선 시간을 신청했고 그 컬러는 그레이였다. 색상으로 그룹 구분을 하니 눈에 잘 보여 효율적이었다. 효율적인 하선을 위해 얼마나 계획을 했을까. 아무튼 이 엄청난 인원이 배에 타고 내리는 건 프로젝트다. 크루들 수고했다.
하선 시스템을 경험하면서 또 한 가지 느낀 문화적 차이랄까? 상식적으로 생각해보자. 우리 같으면 배 전체를 단위로 하선 계획을 수립했을 것 같다. 예컨대 이런 것이 아니었을까? 객실이 6층 구성이고, 출구는 4층이니 출구에서 가장 가까운 4층 승객들이 먼저 하선한다. 합리적 문제 해결이지 않은가? 다음에 4층 복도가 비었으니 편하게 5층 승객들이 하선하고 이 같은 계획에 따라 각 방에 승객들은 자기 층 차례가 올 때 하선한다. 그다지 문제 될 것 없는 아주 깔끔한 하선 계획이다.
그런데, 이 사람들은 접근 방법이 정반대다. 배 구조보다는 "너는 언제 내리고 싶니? 빨리? 천천히? 중간에?" 하는 나의 결정을 먼저 물었다. 마치 스테이크 굽기 정도를 주문하는 상황처럼... 그리고 각 승객의 결정에 따라 신용카드 만한 색 태그를 각 방에 미리 나눠주고는 "무슨 색 나오시오~" 하고 부르는 시스템이다. 사고의 출발이 전체냐 개인이냐 하는 본질적인 동서양의 문화 차이를 이렇게 생활 곳곳에서 마주한다. 그래서 주소 표기도 정반대 아닌가. 우리는 전체에서 내가 있는 곳으로, 서양애들은 나 있는 곳에서 전체로... 이 두 가치의 조화로운 병립은 가능한 걸까?
항구에 내려 유로담 주차 장행인 S플랫폼에서 셔틀버스를 타고 주차장으로 오니 우리 차 코롤라를 발렛으로 쫙 빼놓고 대기 중이다. 기특한 녀석들. 땡큐 가이스.
짐을 실은 차는 시애틀에서 산다면 사는 동네인 벨뷰에 있는 PXG골프숍으로 들러 가려고 이동한다. 이 다리가 시애틀 다운타운과 벨뷰를 잇는 유명한 물위에 떠있는 다리이다. 다리 건너편은 부촌이다. 저 어딘가에 마이크로소프트 회장 빌 게이츠의 집이 있다. 이 곳이 부촌임을 증명하는 데에는 이 정도면 충분하겠지? 미국 방문을 앞두고 최근 생긴 미국 골프 브랜드 PXG샵을 들르려고 본사에 문의 이메일을 보냈었다. 그랬더니 축하한다며 아주 가까운 곳에 리테일 스토어가 오픈했다고 가르쳐 준 곳이 여기다. 동생 집에서 3시간은 족히 걸리는 거리다. 하하하 그런데 근처 가까운 곳이라니. 스케일 참 크기도 하다. 시애틀 항구와 가까워서 남하하는 귀갓길에 잠시 들러 내 것과 주변 선물용 모자를 구매했다. 가격은 35불에 세금까지 하니 약 38불이다. 한국의 반값 정도 된다.
해외여행의 마무리는 뭐라 해도 한국음식이다. 그동안 남의 나라 음식 먹느라 고생한 내 몸에게 주는 선물이다. 역시 한국인은 한국음식이지. 시애틀 남쪽에 한국인들이 많이 사는 타코마시에 들러 배를 채우고 밴쿠버 워싱톤을 향해 출발한다. 한국음식을 먹었으니 이제는 일상이다. 크루즈는 끝났다. 건강히 잘 다녀와서 감사하다. 땡큐 갓. 땡큐 지저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