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여기 저기 '춘천 2017~2018'
춘천은 친구 같은 도시다. 호반의 도시라는 멋진 닉네임을 가진 이 도시는 나이가 지긋한 세대에게는 경춘가도와 춘천행 열차로 추억되고 있다. 한때 드라마 '겨울연가'의 촬영지로 국위선양까지 한 도시이기도 하다. 행정적으로는 강원도의 도청 소재지이고, 서울에서 그리 멀지 않아 당일치기 나들이도 충분히 가능하다. 특히 양양행 고속도로가 뚫린 이후 접근성이 현격히 좋아졌다. 올림픽대로에 들어서면 거짓말 조금 보태 액셀레이터 몇 번 밟으면 도착하는 것 같은 기분이다.
그러다 보니, 가까이 있어 언제든 만날 수 있는 동네 친구 같은 느낌을 주는 도시가 바로 춘천이다. 이곳은 여행이 가고 싶고, 멀리 가자니 시간이 빠듯할 때 선택할 수 있는 최적의 선택지다. 부담 없이 만날 수 있는 너! 바로 춘천이다.
춘천여행은 다른 도시 여행에 비해 돈이 덜 든다. 숙박과 음식 값이 이상하게 저렴하다. 왜 예산에 부담이 없을까 생각해 본다. 길지 않은 시간 안에 답을 찾는다. 그 이유는 음식에 있다. 다른 지역의 향토 음식에 비해 강원도 춘천의 음식은 소박하기 그지없다. 막국수, 닭갈비 등 대부분의 대표 음식에 서민향이 듬뿍하다. 비싼 토속 음식이 별로 없다. 그래서인지 여행 예산이 아주 착하다. 주머니 사정이 그리 넉넉하지 않아도 곁에 있어 금방 편하게 만날 수 있는 도시가 바로 춘천이다.
그래서 춘천이 편안한 친구 같다는 것이다. 2017년 가을부터 틈틈이 춘천을 만난 이야기를 기록해 놓는다. 다음 여행에서 '거기가 어디었지?' 모두 맴맴도는 기억을 찾아내는 시간을 줄이기 위한 메모이다. 우리의 여행 양식은 대체로 자고, 먹고, 디저트 먹고, 조금 움직이고, 또 먹고 자고의 무한반복이다. 물론 중간중간 잔망스러운 쇼핑, 관람, 놀이 타임 등도 있기는 하다. 뭐 그러려고 여행하는 것 아닌가? 여행을 너무 소박한 것으로 만드는 건가?... 여행에 큰 의미를 부여하는 분들에게는 죄송하다. 그다지 특별할 것 없는 소소한 우리 여행의 흔적들을 남겨 놓는다.
명동 닭갈비 골목
닭갈비 체험 타임. 춘천 시내 중심부도 서울처럼 명동이다. 근처에 도착하면 어디선가 고소한 양념 냄새가 코를 간지럽힌다. 닭갈비의 성지로 진입하면 골목골목 각양각색 자랑거리를 내세운 닭갈비집들이 있다. 맛은 다 비슷하지 않을까 싶다.
연산골 막국수
춘천시를 벗어나 호젓한 시골에 위치하고 있다. 새로 지은 널찍한 식당이다. 찾아들어가는 길이 논둑길 같아 여기에 식당이 있을까 싶다. 그러나 걱정하지 마시고 대한민국의 내비게이션을 믿으시고 가시면 된다. 분위기는 깔끔하고 통유리로 되어있어 눈이 시원하다. 감자전, 막국수, 메밀 사골 만둣국. 인생 막국수 경험! 맛있다. 음식이 모두 정갈하고 개운하고 좋다.
어반 그린 urban green cafe
북한강과 춘천 시내가 보이는 뷰와 분위기 좋은 카페다. 뷰로 시작해서 뷰로 끝나는 곳이다. 카페로 가는 길도 호숫가 드라이브 코스로 좋아보인다. 그래서인지 라이더들을 많이 볼 수 있다.
원조 숯불 닭불고기집
엄청 매스컴 많이 탄 맛있는 집인가 보다. 일지감치 갔는데도 사람들이 꽤 있다. 재밌는 풍경은 얼마나 인기가 있어 대기자들이 많은 식당인지, 식당 앞 길에 편의점 플라스틱 의자들이 행사장처럼 쫘악 놓여 있다. 앉아서 기다리다 차례가 되면 들어가는 시스템인가 보다. 재밌다. 맛은 처음에는 심심한 듯 하나 먹다 보면 맛있다. 그래서 많이 먹을 수 있다는 장점이... 옛날 된장찌개도 투 썸즈 업! 그러나 오래된 옛날 집 방 실내 바닥에 다닥다닥 붙어 앉아 조금 비좁은 데다가 연기가 엄청나서 정신이 하나도 없다. 그래서 실내에서는 사진도 못 찍었다.
malus cafe
의암댐에서 나오는 길 언덕에 있는 뷰 좋고 분위기 좋은 카페를 찾았다. 카페 주인 이름이 내가 잘 아는 카페 아프레 사장과 동명이다. 커피잔이 특히 이뻐서 K와 B가 호들갑을 떨고 기절할 기세다. 찻잔을 뒤지다 보니 쓰여 있는 메이커. pip studio from holland~. 이쁘긴 하네. 화장실 데코 센스와 타일도 너무 이쁘다고 감탄 또 감탄이다.
연산골 막국수 again
2017년 춘천행부터 다니는 집이다. 다시 찾은 곳은 again 마크가 붙는다. 항상 은근한 막국수 소스와 동치미 맛이 좋다. 이번에는 감자전이 두꺼워진 듯하다. 주방장이 바뀌셨나...
CROFT coffee
구시가지 호젓한 곳에 있는 가정집을 그대로 보존하는 콘셉트로 카페를 만들었다. 그래서 추억 뿜 뿜 플레이스가 된다. 내비게이션 찍고 문 앞에 도착해서도 이곳이 카페인지 알기 어렵다. 문 앞 작은 나무 팻말을 보기 전까지는... 커피는 진하고 묵직하니 맛있다. 옥에 티는 운영하는 젊은이들이 감각은 좋으나 친절이 몸에 배어 있지 않다는 것인데, 흠인지 개취인지는 헷갈린다. 저 레트로 양철 새참 쟁반 같은 테이블이 이쁘다고 시장에 가서 구매했다.
만 텐 이자카야
공지천 주변 아파트 단지 주택가에 홀로 빛나는 이자카야 식당이다. 내외관 모두 일본인 것 같은 착각이 든다. 야끼도리는 세트 주문만 가능한데 맛이 괜찮다. 인스타에서 맛나다고 추천하는 장어튀김은 맛이 있기는 한데, 우리 입맛에는 너무 느끼해서 두어 조각 이상 먹기 힘들다. 애니웨이 나이스 초이스!
대원당
공지 천가에 있는 춘천의 성심당? 같은 곳이다.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나 보다. 어린 시절 빵집을 연상시킨다. 어느 도시나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제과점이 하나씩 있다. 추억 먹기용 제과점이다. 맛은 그냥 특별하지 않다. 낫 베드 정도.
마이 브런치카페
개발 중으로 보이는 조용한 주택가 동네에 위치한 브런치 카페이다. 무척 건강해 보이는 모녀가 직접 운영하는데, 솜씨가 괜찮다. 담백하고 정갈한 프렌치토스트와 핫케익 맛이 우리 스타일이다. 나이스 초이스!
1.5 닭갈비
택시 기사님이 알려준 닭갈비 맛집이다. 후평동 인공폭포 앞 큰 길가에 있다. 옆에 있는 우성닭갈비 등 세 곳이 현지인 톱 3 닭갈비집이라고 한다. 식사시간엔 줄이 길단다. 닭고기가 얇고, 간은 세지 않아 우리 입맛에 딱이다. (옆 테이블에서는 소스를 더 달라고 했다) 나이스 초이스. 앞으로는 여기 와야지~
데미안 서점 / 카페
강원 최대 복합 문화 공간을 표방하는 서점이다. 최근에 생긴 듯한 새 건물에 3층까지 서점과 카페가 있는데, 쉴 곳도 많고 깨끗하고 아주 만족스러운 공간이다. 2층 카페 "헤세'의 커피와 원형 초코 카스텔라의 맛도 좋다. 지방 문화 공간들의 업그레이드가 놀랍다. 좋은 공간.
평산제면소
고속터미널 근처 일식 우동집이다. 메뉴가 특이하고 레알 일본스럽다. 일본 여행을 온 것처럼 간단히 일식 브런치를 즐긴다. 춘천에서 느끼는 일본! 나쁘지 않다.
라뜰리에 김가
춘천시 외곽순환도로 같은 외곽 길가 산 중턱에 뜬금없이 어마어마하게 큰 빵집이 있다. 너무 상상치 못할 곳에 생각지도 못한 맛집이 있다니, 신기할 뿐이다. 그런데 더 놀라운 것은 주차장에 차가 엄청나다는 것이며, 실내는 휴일 놀이동산처럼 붐빈다는 것이다. 맛이 있어 소문이 나면 이렇게 되는 것인가? 음식점에 손님이 많은 것은 다 이유가 있다. 빵맛이 좋다. 특히 초코빵은 취향저격이다. 디저트로 먹기에는 과하다 싶지만, 자꾸 손이 가는 맛이다. 완전 춘천의 명소다. 그러다보니 사람들이 너무 많아 정신이 없는 것이 아쉽다. 순전히 내 사정만 생각해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