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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여름 피서 남해행 6, 설천면 대국산성

2025. 7. 10

by 여기 저기

게스트하우스 사장께 문자가 왔다. 안가보셨으면 가보시라고 두 군데 포인트를 추천해 주신다. 그중 하나가 대국산성. 웬 남해에 산성인가 싶어 인공지능 비서에게 물어보니 신라시대 때부터 있던 산성이란다.


남해읍에서 조금 북쪽으로 가면 한가한 설천읍이 나오고 그곳 어느 산 꼭대기에 있는 것 같다. 어차피 더운 대낮에 할 일도 없고 하니 한번 가보자고 용기를 내본다. 산길로 접어들자 대국산성 2.4km 이정표가 나온다. 그런데 길이 점점 좁아지고 나무와 잡초들이 자라 튀어나와 차와 계속 부딪힌다.


스페인 산동네의 악몽이 떠오른다. 내려온 차와 마주치면 큰 일이다. 다행히 가끔 교행 할 공간은 있다. 그래도 불안하니 후다닥 정상을 향해 오른다. 다행히 차를 만나지 않았다.

다 왔다 싶은 순간 빨간 금지 사인물이 보인다. 내려서 보니 차량추락 위험이 있으니 더 이상 진입은 자제하라는 표시다. 그리고 대국산성까지는 0.4km 남았다고 쓰여있다.


겁나서 더 운전은 못하겠다. 차를 한곁으로 비껴 세우고 걸어서 오른다. 나무그늘이 꽤 많고 산 능선이라 바람이 있으니 그리 덥지는 않다.

천천히 올라가다 보니 멀잖아 돌성곽이 보인다. 성곽 둘레는 1.4km라고 하고 높이는 약 5m, 상단 넓이는 2m가량 된다. 산성에 오르니 바닥이 편편하다. 시야는 사방으로 트여 경치가 좋다. 방어성으로 관제하기가 좋았겠다. 공기도 좋고 조용하고 신선놀음이다.

그러고 보니 이 산에서 사람을 보지 못했다. 알려지지 않았고, 접근이 용이치 않다 보니 아무도 안 오는 비밀 장소인 것 같다. 게하 사장님 덕분에 아주 호젓하고 특별한 경험을 한다. 이런 뭔가 나만 하는 것 같은 여행도 좋다. 내려오는 길도 오르는 차와 마주칠까 조마조마했지만, 이 산에는 아무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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