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을 포함한 삼라만상은 각각의 모양과 색이라는 시각적 특성과 눈에 보이지 않는 고유한 성격을 가지고 있다. 이를 한마디로 ‘색깔’이라 통칭하기도 한다. 그래서 인간은 각양각색의 성격과 각기 다른 외모의 색깔을 가지며, 지역과 사회문화, 역사는 물론 종교나 이념, 그리고 정치적으로도 상호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다. 정치인들이 때때로 논점에서 벗어난 색깔논쟁을 벌이는 것도 결국은 이같은 본색다툼의 일부인 것이다.
이념적으로도 별반 다를 바 없다. 자유민주주의는 파랑, 공산주의는 빨강을 상징하거나 의미하는데, 이들 두 색은 색상환에서도 유사색으로 도저히 곁에 둘 수 없는 대립의 색으로 이들의 관계를 보색이라 한다. 색상환 내의 모든 보색은 반반씩 섞으면 각각이 가지고 있는 개성이나 특성이 사라져 버리고 꺼무칙칙한 회색이 된다. 그래서 이념적으로 빨강과 파랑을 혼합한 중간색을 좌도 우도 아닌 회색분자 즉, 이중간첩이라고 부른다.
물리학자 오스트발트나 화가이자 색채학자인 먼셀 등은 모든 색을 흑과 백을 무채색 축으로 하여 바깥으로 향하는 채도로 구성하고, 축의 외곽에는 파랑과 빨강, 노랑과 보라와 같이 서로 마주 보는 보색의 색상환으로 이루어진 색의 입체 공간을 제시하고 있다. 이를 ‘색입체’라 하는데, ‘색입체’ 내의 색상환에는 혼합으로 만들 수 없는 3 원색 즉, 빨강, 노랑, 파랑이라는 1차 색과 이들의 혼합에 의한 2차 색으로 구성되어 있다.
색깔은 삼라만상의 조화이자 인간사라 할 수 있다. 각각의 색들은 밝고, 어둡기를 나타내는 명암과 맑고 칙칙하기를 나타내는 채도라는 속성을 가지고 있으며, 이들 속성에 따라 연상과 상징, 심리와 철학적 의미는 물론 형태나 공감각 등으로 활용하고 있다. 굳이 ‘앙리 마티스’의 형태와 색채의 조화를 언급하지 않더라도 색은 정사각형(빨강), 정삼각형(노랑), 원(파랑)이라는 기하학적 도형의 기본으로 상징되기도 한다.
현대의 디지털 과학은 수 만 가지 이상의 색을 구분할 수 있게 해 주었다. 인간도 자기만의 기질을 가지고 순리에 따르는 삼라만상의 일부이자 자연의 일부이다. 그러니 색깔의 인간사는 복잡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색깔론으로 정리해 보면 인간의 유형도 삼원색과 같은 세 유형의 성격으로 구분할 수 있다. 불과 수십 가지의 색채만으로 살아왔던 아날로그의 시대로부터 수만가지로 분화한 디지털의 시대라지만, 삼원색의 기본이 되는 3 가지의 인간 유형만 잘 파악하더라도 지피지기의 지혜가 될 수 있지 않을까?
반야심경에선 ‘색즉시공 공즉시색’이라 하고, 뉴턴은 프리즘으로 빛을 나누어 가시광선으로 증명하니 색깔은 분명 인생이요 삼라만상인 것이 분명 한 듯하다.
빨간색의 기질은 음양오행으로 예(禮)를 상징하는 행동 특성을 가지고 있어 에너지가 넘치고 영역을 중시한다. 에너지의 충전은 먹는 것으로부터 얻기 때문에 빨강 본색의 사람은 배 고품을 참기 어렵고 정사각형을 상징하기 때문에 안정을 바탕으로 한 힘과 정열 그리고 열정이 넘친다. 그러나 시각적 강렬함으로 주목을 끌기도 하지만 빛에 제일 먼저 바래버리는 특성이 있어 과거를 빨리 잊는 현재 지향적인 특성을 지닌다.
삼각형을 상징하는 노랑의 기질은 한마디로 과거 지향적이나 인간관계로부터 에너지를 충전하는 스타일로 인간관계를 자산이라고 생각한다. 빨강이 태양이라면, 노랑은 달이기 때문에 야행성이어서 해가 떨어져야 생기가 돌고 밤늦게까지 일에 빠지거나 야간문화를 좋아하기도 하고 창조적이고 개성이 넘치는 직업을 가진 사람들에게서 많이 나타난다. 따라서 노랑은 사무적으로 대하는 걸 싫어하는 인간 친화적인 색깔인 것이다.
이성적인 색깔 파랑은 ‘동그라미’여서 사방팔방에 대한 관심과 걱정이 많은 컬러이다. 따라서 아이디어와 지식을 힘의 원천으로 생각하기 때문에 쇼핑도 호객행위에 현혹되지 않고 가성비를 중시하는 특성이 있다. 미래지향적인 침착한 색깔이다 보니 논리를 우선하는 아침형 인간이 많고, 연구원이나 학자가 많은 것도 이 때문이다. 음주가무와 2차 문화를 선호하지 않다 보니 때때로 사회성이 부족하다는 오해를 받기도 한다.
인간을 포함한 삼라만상은 모두 수십 수만 가지 이상의 색깔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10인 10색이니 각양각색(各樣各色)으로 표현하고 있지만, 결국엔 색의 삼원색과 같이 3가지의 대표되는 특성으로 나눌 수 있고, 또 이로부터 파생된다. 어떤 색이 좋고, 어떤 색이 나쁘다고 할 수도 없다 모두가 다를 뿐이다. 스펙트럼에서 어느 한 색이라도 빠지면 세상은 왜곡된다. 빠짐없이 모든 색이 어우러질 때 세상은 살맛이 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