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이 초록인 것은...
인간은 자연으로부터 편안함을 느끼는 대자연의 일부로 살아왔으며, 자연은 대부분 초록으로 이루어져 있다. 대부분의 식물이 초록인 이유는 가시광선 중에서 광합성에 사용되는 빨강이나 청, 자색 계열의 빛들은 흡수하고, 광합성에 사용하지 않는 초록계열(엽록소)의 빛을 반사하기 때문이다.
인간이 초록에 편안하고 친근하게 느끼는 이유는 단순하다. 인간의 피가 초록의 보색인 빨강이기 때문이다. 우리의 눈은 피로가 가중될수록 혈액의 흐름이 많아지기 때문에 혈액의 보색인 초록을 보면, 잔상현상도 완화되고 편안해지는 것이다. 눈은 반사적으로 반대의 색이나 명암을 원하여 중화시키려 한다.
텔레비전을 보다가 잠자리에 들기 위해 텔레비전을 끄면 허공에 반대의 영상이 한참 동안 남아있는 잔상현상도 이 때문이며, 의사들의 수술가운이 초록이나 파랑인 것도 이와 같은 잔상현상을 중화시킴으로써 수술 시 오류를 막기 위한 과학적인 배려인 것이다.
초록은 자연으로부터 무한충전이 가능한 휴식의 색이지만, 인간의 오만함으로 자연의 소중함을 잊어버리는 순간 초록은 '독'이 되어 돌아온다. 오래전 '고원의 진주'라 불리는 중국 원난성의 디안치호수가 하루아침에 초록색페인트를 풀어놓은 듯 심한 녹조현상으로 죽은 호수가 되었다는 뉴스가 있었다.
죽음의 초록은 초록 색료를 만들기 위해서 많은 양의 비소를 필요로 하기 때문에 독(毒)을 나타내기도 하는 것이다. 자기만족이나 확신의 이미지를 가진 이상과 평화의 색이자 생명과 중립의 색인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지만, 이 녀석의 이중성은 극과 극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석가모니는 태어나자마자 '천상천하유아독존(天上天下唯我獨尊)'을 외쳤다고 한다. 하늘 위아래를 통틀어 오직 나 홀로 존귀하다.라고 풀이되지만, 사실 여기서 말하는 '유아독존'은 석가 자신이 아니라 '천상천하'에 존재하는 모든 개개의 개체를 의미하는 의미심장한 말이다.
유아독존은 세상에서 자기가 제일 잘났다고 자부하거나, 그런 아집과 고집을 가진 이를 비꼬는 말로 쓰이는데, 그것은 냉정하고 차가우며 이성적 사색의 파랑본색 다음단계로 오는 색이 초록본색의 대표적인 특징 중의 하나이기 때문이다. 사실 이 녀석은 자기실현과 야망, 이기심에 가득한 야누스의 얼굴을 가진 본색이다.
야누스의 뒤통수는 과거(노랑)를 그리고 정면은 미래(파랑)를 향해 있다. 이항 대립을 함으로써 안과 밖, 그리고 시공의 경계를 자유로이 오고 가 이항의 대립 자체를 통합하는 창조의 신이다. 노랑과 파랑의 혼합으로 나타나는 초록은 그래서 미래를 준비하는 지혜를 의미하는 야누스의 얼굴과 같다.
이와 같은 지혜의 초록본색이 가장 잘 드러나는 캐릭터는 '해리포터'의 슬리데린 기숙사 학생들이다. 슬리데린으로 배정받는 학생들은 야망과 의욕이 높으며 자기 앞가림을 할 줄 안다. 가장 적은 노력으로 큰 성과를 얻기 위하여 주위의 인물들을 이용할 줄도 안다. 그러니 비 인간적이고 이기적이라는 오해를 받을 만도 하다.
슬리데린(Slytherin)의 상징동물도 뱀이고 주조색도 녹색에 속도를 의미하는 은색을 보조색으로 쓰고 있다. 그래서 다른 기숙사의 학생들은 이들을 비열하며 약삭빠른 존재로 보고 밥맛 없는 비인간성을 가지고 있다고 여긴다. 그리고 '악'하지는 않지만, '악'에 연관되어 가장 '악'에 빠져들기 쉬운 성격을 가지고 있기도 하다.
이 녀석들의 야망과 의욕이 넘치는 개인주의는 자기 앞가림을 할 줄 알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자기성취와 성과를 얻을 수 있는 그런 직업군에서 많이 나타난다. 학문적 전공을 나타내는 상징 컬러에서도 고차원의 철학이나 법학은 보라를 쓰고, 경제와 같은 역동성은 빨강으로 의·약학의 컬러는 초록을 쓰고 있다.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숫자의 상징에 숫자와 색을 대입해 보면, 1. 대지(Red), 2. 식물(Blue), 3. 동물(Orange), 4. 인간(Yellow), 5, 깨달은 인간(Green), 6. 천사(Bluish Violet), 7. 신의 후보생(Violet)과 같이 장파장에서 단파장으로 이어지는데, 5번째의 깨달은 인간인 '현자'가 초록본색인 것과 같이 말이다.
창조주는 인간을 포함하는 모든 동물의 피를 빨강으로 만들고, 그 외 식물의 대부분을 초록으로 만들었다. 이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식물은 가시광선에서 광합성에 필요한 빨강은 흡수하고 광합성에 필요 없는 산소와 초록(엽록소)을 반사시켜 인간과 동물에게 돌려주고 있는 것이다.
빨강의 보색이자 대자연의 대부분인 초록은 현대사회에서 가장 이상적인 인간상을 상징하기도 한다. 그러나 '천상천하유아독존'의 자기 세계에 빠져들면 대인관계에서 스스로 소외되어 '독'이 되기 쉽다. 약학에서 '독'이 약으로 쓰이기도 하는 것과 같이 이제는 깨달은 인간인 '현자'의 지혜가 절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