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슴도치도 제 자식은 함함하다고 한다. ‘함함하다’는 말은 털이 보드랍고 반지르르하다는 말인데 누가 봐도 가시이건만 제 자식은 보드랍다고 하니 자식 사랑에 동물도 예외는 아닌가 보다.
누구나 제 자식은 특별하고 달라 보인다. 그래서 때론 눈에 콩깍지가 씌고 만다.
“아니, 내 아이라서 하는 말이 아니라 객관적으로 너무 잘하지 않아?”
곰곰 생각해 보면 세상에 객관적인 게 어디 있나. 내 생각이니 다 주관적이다. 내 자식에 대한 나의 판단은 더더욱 주관적일 확률이 높다.
나와 아내는 운동 부심이 있다. 부끄러워서 저 운동 잘해요 라고 말은 못하지만 어디 가서 못한다는 말은 듣지 않는다. 그런 부모 입장에서 내 아이가 운동을 못할 거라고 생각할 수 없다. 아니 오히려 너무 잘할까 봐 걱정이다. 선수 시켜 보라고 할까 봐 걱정이다. 힘든 운동하지 말고 공부나 하면 좋겠는데.
(일단 여기서부터 부모는 매우 주관적이다. 우린 이런 걱정을 해야 할 정도로 운동을 잘하는 건 아니다. 일단 부모부터 자기 객관화가 결여되어 있다.)
그런 부모가 아이를 데리고 운동 능력 측정을 하러 갔다. 특별한 건 아니고 구립 체육 센터에서 유아 상대로 게임을 통해 운동 능력을 측정해 주는 체험이다. 부모는 들어가면서부터 호들갑이다. 죄다 1등급 받아서 다른 애들 기죽일까 봐. 자신감을 걱정으로 포장한 채 결과지를 받았는데... 종합 3등급이 나왔다. 애가 아직 어려서 3등급이 나온 건가 봤는데 그냥 또래 기준 3등급이다....고슴도치는 부모 자식이 똑같이 생겼다. 나도 내 아이도 고슴도치나 다를 바 없다. 그런데 3등급이라구요?? 우리 애가 얼마나 민첩한데요. 공을 얼마나 잘 던진다구요. 그래서 유치원 피구 게임에서 최후 생존자였다구욧!!
아이가 3등급이면 어떻고 5등급이면 어떤가. 고슴도치 엄마가 자식이 함함 1등급이라 아끼는 것은 아닐 텐데. 내 자식에게만큼은 주관적이면 어떤가. 세상에서 수많은 잣대로 평가 받을 텐데. 에너지 넘치는 아이가 그날 하루 몇 시간 즐겁게 뛰고 매달리고 뒹굴며 즐거워했으니 그것으로 족하다. 아이는 등급을 매길 수 없을 만큼 사랑스러우므로.
그런데 말입니다,,,우리 아이가 부끄러움이 많아서 남들 앞에서 쭈뼛거린단 말이죠. 그래서 다른 아이들처럼 적극적으로 활동에 참여하질 못했어요. 그래서 제 생각엔 3등급은 아니고 2등급 정도 될 것 같습니다. 객관적으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