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화장실 청소를 했다. 최근 읽고 있는 책에서 과탄산소다의 살균 작용을 알게 되어 이번에는 과탄산소다를 이용해 보았다. 살균의 과정은 눈에 보이지 않지만 조금이라도 덜 힘들고자 맘껏 상상해 보았다.
더운 여름 점심 식사 후 픽픽 쓰러지는 학생들처럼 세균들도 사그러들고 있었다. 그러면 지루한 청소도 덜 힘들고, 더 깨끗한 기분이 든다. 청소를 마치고 나오니 아내가 설거지를 하고 있었다. 설거지는 내 담당이므로 이어 받아 마무리를 했다. 아내는 자신이 하지 않아도 될 일을 했다. 고마운 일이다.
하지만 아내는 피곤했는지 어느 순간 침실로 들어가더니 아이보다 먼저 잠이 들었다. 나는 양치를 시키고, 놀이를 함께 하고, 책을 읽어주고, 굿나잇 뽀뽀를 했다.
그게 서운했다. 아내가 해야 할 일들이 있었는데 그걸 안 하고 먼저 자버린 게 서운했다. 피곤하다고 말도 없이 그냥 가서 자는 게, 남겨진 내가 아이 뒤치다꺼리하는 게 억울했다.
신혼 때 법륜스님의 스님의 주례사란 책을 읽었다. 배우자에게 서운한 점, 심지어 큰 잘못을 저지른 배우자마저 용서하라는 내용이다. 그건 본인 스스로를 위한 것이라고 했다. 쉽지 않았다.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었다. 머리로 이해해 보려 했지만 마음에서 피어오르는 분노와 미움은 멈추지 않았다. 이후로도 몇 번 펴보았지만, 얼마 못 가 조용히 책장을 덮었다. 언젠가는 이 책을 읽으며 ‘아멘’을 외치는 날이 올 거라 생각했다.
그날은 아직 오지 않았다.
사람이 피곤하면 잘 수도 있지,,, 이토록 사소한 것에 마음이 토라지는 나의 옹졸함은 유치원에서 같은 친구와 5번을 싸웠다는 딸과 별반 다를 게 없다. 남자가 힘이 세니 일을 더하는 게 맞지. 내가 열심히 운동하는 것도 그런 이유 아닌가. 짜증이 나는 건 진짜 몸이 피곤하고 힘들어서가 아니라 마음을 다스리지 못한 탓이 더 크다.
그래도 어제는 아내가 미웠다. 쓸 게 없을 때는 멍하니 생각만 하다 노트북을 덮기도 하는데, 미운 마음을 떠올려 글을 쓰니 술술 써진다.
나는 아내에게 브런치 주소를 앞으로도,,, 영원히,,, 알려주지 않을 것이다.ㅋㅋ